2021년 KLPGA 챔피언십 이후 준우승 9번 기록
"준우승 당시 나를 의심하게 될 때가 가장 힘들어"
통산 세 번째 우승 후 무려 9번의 준우승. 그 사이 박현경(23, 한국토지신탁)의 속은 타들어갔으나 인내하고 또 인내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박현경은 2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라운드서 이소영과의 2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2021년 5월 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무려 2년 5개월만의 정상 등극이다.
선수들에게 우승은 늘 값진 결과물이지만 박현경에게 이번 우승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거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고 프로에 데뷔한 박현경은 2년 차였던 2020년 2승을 따내며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듬해에도 메이저 대회(KLPGA 챔피언십) 2연패에 성공한 박현경은 뛰어난 외모까지 더해져 실력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던 박현경에게는 이후 길고 긴 무관의 늪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부진했던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우승이었던 2021년 KLPGA 챔피언십 이후에도 준우승 3회 등 TOP 10에 12번이나 더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준우승 2회 및 TOP 10 8회, 그리고 올 시즌 역시 준우승 3회와 TOP 10번 진이이라는 굵직한 성적을 써냈다.
그렇기 때문에 잡힐 듯 말 듯 닿지 않은 우승 트로피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져만 갔던 박현경이었다. 우승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마음을 비운 그때 다시 한 번 정상 등극의 기회가 찾아왔고 마침내 뜻을 이룰 수 있었다.
박현경은 우승 후 방송 인터뷰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그동안 힘들었던 속내를 모두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는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했고 기회가 많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기회를 못 잡아서 좌절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실패가 아니라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 같다”라고 비로소 미소를 되찾았다.
이어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괜찮다’, ‘내 시간이 올 거다’, ‘간절할 때는 지났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정말 간절했다”라며 “나를 의심하게 될 때가 가장 힘들었다. 특히 준우승(9회)할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PGA 투어서 뛰고 있는 김주형 선수가 기회는 다음 홀도 있고, 다음 라운드도 있고, 다음 대회도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를 통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배웠다”라고 밝혔다.
2년 5개월 만에 우승 물꼬를 다시 튼 박현경은 “이제 올 시즌 2개 대회가 남았는데 또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지난주부터 좋았던 샷감을 유지하는데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나긴 터널을 지난 박현경은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다음 우승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