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자택서 아내와 다투던 중 아들이 보는 앞에서 주먹으로 때리고, 흉기로 위협
2심 재판부, 징역 2년 원심 깨고…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선고
법조계 "가장 구속되면 당장 가족생계 어려워져 선처 탄원 참작"
"폭력전과 많을 경우 재범의 위험성 따져 선처 여부 고려해야"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때린 50대 남편이 아내의 거듭된 선처 탄원 덕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법조계에선 "피고인이 가장일 확률이 높다"며 "징역까지 이어질 경우 당장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선처 탄원이 참작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전날 상해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와 알코올 중독 치료 강의를 각 40시간씩 수강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올해 2월 자택에서 아내와 고로쇠 가격 문제로 다투던 중 주먹으로 아내를 때리고, 흉기로 위협했다. 쓰러진 엄마를 일으켜 세우며 폭행을 말리는 10대 아들을 밀쳐 넘어뜨리기도 했다. '아빠가 엄마를 때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까지 욕설하며 흉기를 휘두른 A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상당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며 A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A씨는 항소했다. '형이 무겁다'는 A씨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오래전이긴 하나 폭력 범죄를 저질러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과 피해자들이 수사단계 또는 1심 단계에서부터 모두 자발적 의사로 A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점, 아내가 2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듭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법조인들은 가해자가 가계를 책임지는 경우, 재판부에선 홀로 남는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선처를 감형에 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하 변호사는 "피고인이 가장이었을 확률이 높은데, 경제 활동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구속된다면 가족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피고인의 죄질은 똑같다고 보지만, 피해당한 당사자들이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고 개선될 것'이란 내용으로 탄원을 하면 생계와 연관된 부분이 꽤 많이 고려되는 거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김혜란 법무법인 일헌 변호사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오히려 피고인의 선처를 구하는 경우가 왕왕 있고, 이는 이혼 절차가 병행되는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와 피고인이 서로 부양하는 경제공동체인 부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다르다"며 "법관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생계의 곤란을 호소하면서 피고인의 석방을 탄원하는 경우 처벌 필요성만을 이유로 엄벌에 처하게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편 부재로 인한 금전적 어려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이유로 선처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이 알코올 의존성이 있고 폭력전과가 여러 차례 있어 폭력의 습벽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재범의 위험성이 상당하다고 보인다"며 "폭행의 정도가 심하고 경찰관에 흉기를 휘두르는 폭력성의 발현이 심각한 경우, 과연 재범의 위험성에도 피해자의 동의와 양해를 이유로 피고인을 선처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차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