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만나 '다양성' 중심 3호 혁신안 '근거 마련'
홍준표 시장과 회동으론 '통합 메시지' 재차 피력
'이준석 재포용론'으로 TK 민심 끌어올리기 성공
TK서 당 향한 '지지율·민심' 반등 조짐도 이끌어
혁신위원회 출범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대구·경북 방문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은 인 위원장이 다음 혁신안의 키워드로 잡은 '다양성'의 실현에 기틀을 잡은 데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의 회동으로 1호 혁신안이었던 '통합'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향한 TK의 민심이 혁신안으로 인해 호전되는 듯한 흐름까지 감지되면서 향후 인 위원장의 행보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인요한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장은 8일 '경북대학교 재학생 간담회'와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회동을 위해 대구광역시를 방문했다. 혁신위를 맡은 직후인 지난달 30일 광주를 찾고 지난 4일엔 부산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던 인 위원장이 세 번째 지방 행보로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방문한 것이다.
경북대 학생들을 만난 인 위원장은 처음부터 "여기에 말하러 온 것이 아니라 들으러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에 발표될 3번째 혁신안이 '다양성'에 방점이 찍혀있는 만큼 청년들의 진솔한 얘기를 듣겠다는 자세를 처음부터 피력한 것이다. 실제로 인 위원장은 관계자에게 펜과 종이를 요청해 재학생들의 발언을 받아 적기도 했다.
청년들은 인 위원장을 향해 필요한 사항은 물론,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청년 정치인 부족 △정치권의 소통 부재 △청년 정책의 필요성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인 위원장에게 혁신을 요구했다.
세부적으로는 국민의힘 내부에 청년 정치인과 인재 육성 체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청년들과 정기적으로 온·오프라인 모임을 구성해 청년과 관련한 당 차원에서의 홍보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청년 중심의 정책의 확대와 이를 원스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도 요구사항으로 등장했다.
이 같은 청년들의 요구는 혁신위의 3호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6일 채널A 라디오에 나와 "나라의 희망이 생기려면 청년들이 정치에 들어가야 한다. 낡은 정치는 다 버려야 한다"며 "비례대표를 조금 더 나이를 내리자, 의무화하자. 젊은 사람이 경험하고, 어려움도 알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도 주고,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 비례대표들의 나이대를 30~40대로 낮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자는 주장이다.
인 위원장이 직접 이런 주장을 내놨던 데다, 이날 청년들의 요구를 직접 경청한 만큼 오는 9일로 예정된 혁신위 5차 전체회의 등에서 해당 의견들을 반영하기 더 쉬운 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회동 역시 인 위원장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앞서 홍 시장이 1호 혁신안, 이른바 '대사면'에 강력 반발하며 인 위원장과의 사이에서 갈등이 싹트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홍 시장과의 만남에서 "(홍 시장이) 당에 애착이 있고 사랑한다는 걸 안다. 연말까지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홍 시장은 "(인요한) 박사 만나서 (이렇게) 말하는 게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홍 시장은 인 위원장에 "(일부 친윤 초선·원외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가 가깝다고 설치는 바람에 당 위계질서도 해치고, 당이 개판이 됐다. 이건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은 앞에서 이 말 하고 돌아서서 뒤통수치는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걸 이용해먹는 세력들이 문제가 크다. 그런 세력들을 혁신위에서 정리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홍 시장과의 대화를 통해 인 위원장이 2호 혁신안으로 내세웠던 '기득권의 희생' 안건이 탄력을 받을 근거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친윤·중진의원들을 향해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하는 등 당을 위해 희생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아울러 이준석 전 대표와의 추후 관계 설정에도 출구전략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 위원장은 통합안을 완성하기 위해 유승민 전 의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문해 대화를 나눴지만, 계속해서 거절의사를 밝힌 이 전 대표와는 아직 회동하지 못한 상황이다.
회동 자리에서 홍 시장은 이 전 대표를 가리켜 "노원에 간들 100% 떨어진다. 영악한 이 전 대표가 모를 리 있느냐"라며 "그런 식으로 모욕을 주고 조리돌림을 했는데 이 전 대표가 돌아오겠느냐. 돌아오면 진짜 밸도 없는 놈이 된다. 쉽게 못 돌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 하고 싶은 위로의 말씀은 '죄가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에) 책임감 있게 좀 똑바로 해야 된다는 아픈 처방을 내렸다. 지금은 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의 통합 의지가 꺾이지 않았음을 피력한 것이다.
또 이보다 앞서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나와 "(이 전 대표가) 들어와야 한다. 빨리빨리 힘을 합쳐야 한다"며 "돌아와서 화합하면 (총선에서) 중책을 맡아서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에게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띄움과 동시에 사실상 통합에 실패했을 경우 출구 전략을 세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출구전략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거로는 이 전 대표를 향한 TK의 민심이 녹록지 않다는 것에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은 영남에서 승부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대구 지역에서의 출마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대구에서 택시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사는 "이준석 전 대표가 아무리 잘났건 간에 대구에선 일단 당(보수당)이라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이준석은 아무리 잘 해도 안 될 것"이라며 "탈당을 하고 대구에 나오는 순간 어려운 건 물론이고 당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내세우고 있는 혁신안이 TK 지역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TK 지역 지지율은 10월 3주차는 47.8%에서 지난달 26일 51.8%로 올랐고, 11월 첫째 주에는 59.0%까지 상승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김모 씨는 "최근에 지인 5명과 술 한 잔 하다 정치 얘기가 나왔는데 국민의힘이 새로 바뀔려고 하는 모습에 대해 전부 다 잘하고 있다고 얘기했다"며 "개인적으로도 전부 통합하는 길로 가야 국민의힘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끝까지 그걸 거부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를 내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