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가 누구니 어떻다 해도 이번 한국시리즈는 불펜 싸움이다.”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는 야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LG 트윈스와 kt 위즈는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2023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3차전을 치른다. 1승1패로 맞선 가운데 펼쳐진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을 따낸 팀이 우승을 차지한 확률은 80% 이상이다.
어마어마한 우승 확률이 걸려 있는 3차전을 앞두고 kt는 웨스 벤자민(30), LG는 임찬규(31)를 예고했다. 선발 마운드 무게만 놓고 보면 kt가 우위다.
국내 투수 최다승(14)을 찍은 임찬규도 녹록한 상대는 아니지만, ‘LG 킬러’로 꼽히는 벤자민에 비하면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임찬규는 kt를 상대로 올 시즌 4경기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6.61로 좋지 않았다. 퀄리티스타트는 없다.
반면 2023시즌 15승6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한 벤자민은 LG를 상대로는 더욱 강했다. 5차례 등판해 4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도 0.84로 ‘킬러급’이다. 1경기(5.1이닝 1자책)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좌완 벤자민의 예리하게 꺾이는 바깥쪽 슬라이더는 좌타자에게 더 멀게 느껴진다. 홍창기·박해민·김현수·오지환 등 좌타자들은 벤자민을 상대로 1할대 타율에 그쳤다. kt가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LG에 열세(6승10패)인데 벤자민이 등판한 경기에서만 5승을 따냈다.
선발투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는 결국 불펜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2차전 모두 종반에 승부가 결정된 '역전 드라마'가 연출, 치열한 뒷심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kt는 플레이오프부터 철벽을 자랑한 손동현과 박영현을 앞세워 LG 마무리 고우석을 무너뜨리고 1차전 승리를 따냈다. 2차전에서는 LG가 1회부터 선발 최원태가 무너진 뒤 7명의 불펜 투수들을 가동하는 ‘인해전술’로 8.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역전승을 거뒀다.
포스트시즌에는 정규시즌에 비해 선발의 이닝 소화가 짧은 만큼 더 강한 불펜을 보유한 팀이 우승 반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kt 이강철 감독은 “4차전은 불펜 데이”라고 예고했고, 외국인투수가 1명뿐이라 불펜 의존도가 더 클 수밖에 없는 LG는 정규시즌 불펜 ‘인해전술’로 효과를 봤던 팀이다. 정규시즌에서 LG는 86승 중 42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불펜투수 7명 이상 가동한 경기가 11차례다. 불펜 싸움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