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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시오' 문 밀었다가 노인 사망케 한 50대男…무죄 뒤집힌 이유는? [디케의 눈물 142]


입력 2023.11.29 04:15 수정 2023.11.29 04:15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피고인, '당기시오' 출입문 밀어 행인 숨지게 한 혐의…1심 무죄→2심 벌금형

법조계 "문 바깥으로 피해자 실루엣 보였다면 살짝 열거나 당기는 등 주의 기울였어야"

"일상생활서 무심결 하는 행동 돌아보게 하는 판결…상고심 가더라도 뒤집히진 않을 것"

"단순히 '당기시오' 따르지 않았다고 유죄 나오진 않아…회피 가능성·외부 요인 모두 고려"

ⓒgettyimagesBank

'당기시오'라는 문구가 붙어있음에도 문을 밀어 노인을 넘어뜨려 숨지게 한 5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뒤집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안내문을 따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 바깥에 행인의 실루엣이 보였음에도 조심하지 않고 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과실이 인정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야가 제한된 밤 늦은 시간이나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장소였다면 과실책임이 경감됐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형철)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최근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31일 오전 8시께 한 건물에서 외부로 나가면서 문을 강하게 개방해 출입문 바깥에 서 있던 B(76)씨를 충격했고 도로 바닥에 넘어지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출입문에는 불투명한 시트지가 붙어 있었고 출입문 안쪽에는 '당기시오'라는 팻말이 부착돼 있었다.


1심은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출입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출입문과 부딪힌 뒤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보독블록에 부딪혀 사망하는 것까지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당시 오전 8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출입문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출입문이 투명하지 않아도 밖에서 피해자가 서성이는 실루엣이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되고 피고인이 조금만 주의했다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아침 8시 무렵이기는 하나, 불투명 시트지가 붙은 출입문 바깥으로 피해자의 실루엣이 보였다면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며 "단순히 '당기시오' 안내문을 따르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문 밖에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면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

이어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재판 단계에서 검사가 과실치상으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한 것으로 보이며 주의적 공소사실인 과실치사 무죄, 예비적 공소사실인 과실치상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며 "일상생활에서 무심결에 하는 행동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있는 판결이며 판단근거나 처벌 수위도 합당해 보인다. 상고심에 가더라도 원심 판결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피해자가 출입문 앞에 바짝 붙어서 서성이고 있는 실루엣이 보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문을 피해자 쪽을 향해 미는 것이 아니라 당기는 것이 가능한지 살폈어야 한다"며 "주의를 행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한 판례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시야가 제한된 밤 늦은 시간이나 사람들 왕래가 거의 없는 시간 혹은 장소였다면 과실책임이 경감됐을 것이나,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이고 사고 시간이 오전 8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예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 문이었다고 하더라도 과실책임은 인정됐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단순히 '당기시오' 안내를 따르지 않았다고 유죄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피고인도 예견하지 못 했겠지만 어느 정도 상대가 다칠 수 있다는 점은 예견했거나 결과 발생에 대한 회피 가능성이 있었다고 법원에서 본 것 같다"며 "사건이 벌어진 현장과 시간 등 여러 외부 요인에 대한 사정까지 고려해서 내린 판결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안내문의 위치나, 출입문 근처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예견 가능성 등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은 과실치사가 아닌 과실치상에 대한 유죄판결로, A씨의 과실이 피해자의 상해에 한하여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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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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