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팬카페 개설자 '개딸 명칭 파기' 청원
혁신계에 가한 '폭언·비방' 자성은 없고
"나쁜 뜻, 갈라치기 아닌 자랑스런 이름"
이원욱 "문제는 용어보다 그들의 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가 '개딸'(개혁의 딸) 명칭 자진파기를 선언하자, 내부에서 반발이 일면서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페 개설자는 자신의 자진파기 선언 이후 '개딸' 명칭을 쓰는 기자를 '허위·선동' 기자로 규정하고, 자신들이 '수박'이라며 늘상 비방해댔던 혁신(비명)계 의원에게도 사용 자제를 요구했다. 그러자 내부에서 '개딸' 명칭의 탄생 배경은 이 대표 지지자의 자발적 선택이지, 팬카페 개설자 한 명이 만든 게 아니라는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신을 이 대표의 지지자이자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라고 밝힌 청원자 명튜브는 전날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개딸'이라는 명칭을 공식 파기한다"며 "'개딸' 명칭 대신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지지자'로 명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개딸이란 기사 제목 및 내용으로 민주당원을 매도한다면 '폭도'라는 프레임을 걸어 광주를 잔혹하게 포격했던 전두환처럼 허위·날조·선동하는 기사와 기자로 확인하고 낙인찍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개딸'이라는 명칭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해 대선 패배 직후인 3월 10일 개설한 '재명이네 마을'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그간의 정설이었다. 자칭 '개혁의 딸' '양심의 아들'이라면서 개딸·양아들이라고 칭한 데서 비롯됐다.
이 대표 역시 지난해 '재명이네 마을'에서 '1대 이장'으로 뽑힌 뒤 올린 글에서 "개딸·개삼촌·개이모·개언니·개형 그리고 개혁동지와 당원동지 시민 여러분 모두 모두 깊이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더욱 널리 사용됐다.
반면 재명이네 마을 팬카페에선 개설자의 청원글을 향한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개딸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린 이 대표 지지자 A씨는 이 대표가 지난 2006년 4월 성남시장에 낙마한 뒤, 팬카페에 게재한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하며 "(청원인이) 개딸의 창시자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 대표 블로그 글을 발견한 여초(집단에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것) 회원들이 스스로 딸이 되겠다며 댓글을 남긴 게 그(개딸) 시작"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나열한 100가지 이유는 △딸에게는 실수를 해도 벌을 주지 않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게 도와주며 어디서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가르치는 아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까지 어려운 결정들을 대신 내려주는 아빠 등이다.
또 다른 지지자 B씨는 이 대표 블로그를 재차 가리켜 "남성 정치인의 블로그 치곤, 상당히 감성적이고 순수해 젊은 여성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 만발됐던 것"이라며 "여기 우리 일부 지지층도 개딸 쓰는 건 갈라치기라고 하는데, 개딸 명칭은 나쁜 뜻도, 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난 자랑스러운 개딸"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다만 개딸 일부에서 비롯된 난폭 행위에 대한 언급이나 자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서 일부 개딸들은 혁신계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의원들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 난동에 가까운 욕설과 비방을 가하며 물의를 빚었다. 특히 이들은 '총알 한 방이라도 있으면 쏴버리겠다'고 사실상 살해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난폭 행위는 개딸이란 명칭이 부정적으로 비쳐지는데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간 이 대표를 향해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다가 지역구(경기 화성을) 사무실 테러를 당한 혁신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문제는 용어보다 태도"라며 "이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폭력적이냐. 총알 한 방이라도 있으면 쏴버리고 싶다는 등 폭력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딸의 폭력적 태도를 없애고 당 지도부가 이들과의 단절을 위해 실효적인 조치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개딸, 그 다음 강성 유튜브와의 단절과 이 대표의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