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 다음주 결론
"자유발언서 병립형 회귀 반대 의견 많아"
이탄희, 의총서 눈시울 붉히며 개혁 요구도
의총 전후 "약속 지켜야" 목소리 곳곳 분출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회귀에 무게를 싣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의총에 불참했다.
이 대표의 불참이 어떤 일정 때문인지는 원내 차원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불참은 당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 약속을 파기했다'는 당내 비판 고조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민주당은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30분가량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등 당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표는 의총 직전 기자들을 만나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하면서 "(의총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선거제 문제에는 우리 의원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홍익표 원내대표가 오늘 의총은 결정하는 의총이 아닌 '듣는 의총'으로 준비했다"면서, '선거제'와 관련해선 "어떤 것을 확정 짓거나 결론을 내린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각자 자유발언에서 병립형 회귀는 반대 의견이 좀 많았다"고 전했다.
최근 이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발언하면서 '현실론'을 밝히자 당내 곳곳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주도로 강행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 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것을 말한다. '비례성 확대'를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위성정당'을 만들어냈단 논란을 낳았다.
다만 당 지도부와 친명 주류에선 현행 제도가 22대 총선에도 적용되면 국민의힘은 무조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라, 이에 대응해 '현실론'인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높이는 중이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대한 가져가기 위해선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단순 배부하는 병립형이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에 이날 의총에서는 전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이 눈시울을 붉히며 선거제 개혁을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의총에 앞서서는 당내 혁신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끝내 기득권 정치를 고집하더라도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내지 말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며 "선거법 약속을 어겨서 10석 더 얻는 구차한 길 말고, 선당후사 통합비대위로 수십석 더 얻는 당당한 길을 가자. 그게 김대중의 길이고, 노무현의 길, 민주당 승리의 길이고 윤석열 심판의 길"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윤건영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직은 당내 여론의 차이가 큰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볼 때 결론이 못 날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생각하고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민주당 지도부가 당당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어느 길을 가더라도 그 길을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또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정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얼마 전 대선에서 우리 당이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의총 후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제의 병립형 회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은 "물론 현재의 연동형 선거제가 완벽하진 않다"면서도 "이대로 병립형 회귀를 택한다면 국민들에게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도 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고, 정치인의 말은 더더욱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차선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거제 개편 방향과 관련한 당의 입장은 다음 주 결정될 전망이다.
임 원내대변인은 선거제 개편 결론 시기에 대해선 "기본적으로는 다음 주에 어느 정도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라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여야가 어느 정도는 합의하겠다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끝으로 "원내에서 결정지을 게 아니라 지도부와 논의가 있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다음 주까지 지켜봐 달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