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유권자는 언제나 옳은가?


입력 2023.12.18 07:07 수정 2023.12.18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홍준표, 이 판국에 웬 자기 PR?

민주시민의 축제 되기는 틀렸다

정치적 노예화 길을 걷는 국민들

ⓒ데일리안 DB

<장면1> 11월 18일 조국 『디케의 눈물』 북콘서트(전주)


조국: “유시민 작가가 윤석열 개인 또는 윤석열 정부를 보고 침팬지 집단이라고 했는데 적절하다고 본다. 침팬지는 자기들끼리 격렬하게 싸우고 자기들이 내세운 사람을 음모를 꾸며 몰아낸다. 그 모습을 보면 최근 윤핵관 그룹이 쫓겨나고 있지 않나.”

최강욱: “윤핵관들 보면 유인원 비스름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오지 않나. 저는 유시민 선배의 견해에 반론이 있다. 적어도 침팬지 사회에서는 암컷이 1등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무슨 죄를 어떻게 저질렀든 같은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공범의 윤리’가 이런 것일까?)


<장면2> 11월 19일 민형배 『탈당의 정치』 북콘서트(광주)


최강욱: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습니다.……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입니다.”

(※최 전 의원은 이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어차피 유죄판결을 받아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징계하는 시늉으로 여론을 무마하려 한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최 전 의원의 발언을 감싸고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의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는 22대 총선 후보자 ‘적격’ 판정이 내려졌다. 그는 발언 하루 만에 사과하고 부원장직을 사퇴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면죄부를 준 것이다.)

홍준표, 이 판국에 웬 자기 PR?

<장면3>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당시)이 지난 3일 당 지도부, 친윤 핵심, 중진 의원을 향해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기현: “혁신위에서 여러 가지 논의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 오면 당에서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

이철규: “혁신위원들은 어떻게 해야 선거에서 이기는 지까지는 잘 알지 못할 수 있다. 영남 중진을 수도권에 보낸다고 다 이기는 것도 아닌데, 그럼 앞으로 소는 누가 키우냐.”

친윤 핵심 의원: “혁신위원장이 쇄신 분위기를 일으키려 개인 의견을 내질러 본 것 같다. 영남 중진 중에 서울 나와서 당선될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는데, 몰살시키겠다는 것이냐.”

(※영남에선 국민의힘 후보면 거의 모두가 소를 키울 수 있다. 굳이 터줏대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할 까닭은 없다.)


<장면4>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한 지 하루만이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탄하는 글을 올렸다.


“참 서글프다. 당대표가 대통령의 눈치 보며 거취를 결정했다니. 될 때도 그러더니. 5공시대도 아닌데. 그래도 나는 당대표 그만둘 때 청와대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될 때도 내 힘으로 떠날 때도 당당하게. 그런데 그런 당대표가 지난 9개월간 당을 지휘했으니 당이 저런 꼴이 될 수밖에.”

(※김 대표는 4선 국회의원에 울산광역시장을 역임했으나 노련하지 못하고 배포도 없는 리더의 이미지를 노출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당의 어른 행세를 하는 홍 시장은 난국을 극복해내는 데 힘을 보태기는 고사하고 대단한 기회라도 잡은 양 자기 PR에 열을 올렸다.)


지난 12일부터 22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선거 시즌에 들어선 것이다. 각 정당도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언제나 그렇듯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경쟁이다. 여타 정당은 이번에도 들러리 역할 이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두 거대정당으로서는 말 그대로 명운이 걸린 대결전이다. 국민의힘이 지면 윤석열 정부는 야당의 입법 농단과 정치공세로 조기 레임덕에 직면해야 한다.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유력인사들은 사법적 징벌의 쓰나미에 휩쓸릴 개연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당 대표는 차기 대선 출마는커녕 정치생명 자체가 끊길 수 있다.

민주시민의 축제 되기는 틀렸다

그래서 대결이 더 치열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총선이 국민 소외의 양상으로 전개되는 상황까지 용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선거는 민주국민의 축제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오직 거대정당들의 막 싸움판으로만 이어져 왔다. 심판과 선택의 주체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은 들러리로 전락하고 거대정당 실력자 또는 후보들이 거드름을 피우고 잔칫상 받는 그들만의 축제로 치러진 것이다.


이번에도 민주시민의 축제가 되긴 애초에 틀렸다.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위한 구상이 어느 당에서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물론 각 당의 선거 공약집에는 화려하고 다양하게 소개되겠지만 평소에 없던 관심이 그런다고 새로 생길 것은 아니다. 선거만 지나면 이들은 금방 잊어먹고 권력놀음, 벼슬놀이에 탐닉할 게 뻔하다.


특히 내년 총선은 종전의 그것보다 더 타락한 형태의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전과를 가진 거대 야당의 대표가 법정을 오가면서 선거를 지휘하고 자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정당이 준법을 중요 가치로 제시할 수 있을 리 없다. 법치에 대한 순응보다는 저항의 논리를 지지자들에게 주입시키기 십상이다.


게다가 일찍이 어떤 사람도 해보지 못했던 욕설을 바로 자기 형수에게 퍼부어댄 사람이 거대정당의 후보자 공천권을 독점하다시피 할 총선이다. 그는 형수에게 진정한 사과를 직접적으로 한 적이 없다. 민주당 사람들이 유난히 ‘언어의 막장’을 보여주고 있는 데는 리더의 언어구사력 및 습관도 한몫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한 편으로 이들에게는 결속력이 있다. 악담‧험구를 자랑하는 사람이라도 같은 편이면 무조건 거들면서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말을 예사로 내뱉는 사람, 그 말에 같이 낄낄거리며 맞장구치거나 동조를 표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억울하겠지만 밖에서 보기로는 그렇다. 대단히 한심한 작태이긴 하나 전투력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우위에 선다.


집권당의 경우엔 그런 하자를 가진 리더들이 없거나 적다. 그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준법성이나 도덕성의 우위에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야당과의 경쟁력은 한심하다 할 정도로 빈곤하다. 몇몇 의원이 효과적으로 반격을 가하기는 하지만 집단적 조직적 대응에는 취약하다. 팀플레이가 잘 안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사고 및 행동 양식에 젖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노예화 길을 걷는 국민들

이들은 싸움의 상대를 고를 때도 안전을 우선한 선택을 한다. 쉽게 말하자면 내부총질에 특화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홍 시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준석 전 대표도 같은 행태를 보인다. 이들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국민의힘 지도부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각료들을 비판‧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어른 행세를 하면서 내적 성찰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


은근슬쩍 정권의 그늘에서 안주하고자 하는 욕심도 이들에게 있어 보인다. 그러니 생존능력에서 야당 사람들을 이겨낼 수 있을 리 없다. 정권의 덕을 누리다가도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공천에서 멀어지면 낯빛을 바꾸고 등을 돌리는 경우가 흔하다. 조직 집단에 대한 의리를 잊고 지내기 때문이다.


두 거대 정당만이 총선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국민들은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주권자 의식’에서 멀어졌다. 선거를 주권소재의 확인 절차로 생각하는 대신 정당과 그 후보자들의 축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가 훨씬 심한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주권자의 책임을 다할 생각이 없다면 선택지는 노예가 되는 길뿐이다. 몸은 고통스럽지만, 마음은 편할 수 있는 게 노예의 삶이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그냥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치적 노예의 길을 택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정치적 스타를 만들어 거기에 매몰된다. 팬클럽의 덩치가 커질수록 자기 의지로 빠져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거대한 덩치에 빨려들면 그 집단의 논리에 떠밀려가는 수밖에 없다. 소외되기 싫고, 배제되기 싫어, 더 소리를 지르고 더 충성심을 표출한다.


이 지경에 이르면 ‘국민은 언제나 옳다’든가 ‘유권자는 언제나 주인’이라는 명제는 코미디 대사가 되고 만다. 국가 주인으로서의 국민, 권력행사 주체로서의 유권자는 이미 없다. 다만 정신적 노예 혹은 좀비만 있을 뿐이다. 극히 일부의 경우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부류의 폐해는 엄청날 수가 있다.


천하흥망필부유책(天下興亡匹夫有責: 천하의 흥망에는 필부도 책임이 있다)이라고 했다.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 의 사상가 고염무(顧炎武)의 경구다. 유권자는 언제나 옳은가? 선진 민주국가라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어이없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1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