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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화재, 301호 담뱃불 때문이라면…과실치사죄 적용해 중실화죄와 경합 가능성" [법조계에 물어보니 303]


입력 2023.12.28 05:01 수정 2023.12.28 05:01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경찰, 26일 도봉구 아파트 화재현장 합동감식…'부주의에 의한 발화' 가능성 제기

법조계 "실화 가능성 커…301호 거주민, 중대한 과실 있다면 3년 이하 금고나 2000만원 이하 벌금"

"일반 실화죄 적용하면 벌금형 처벌로 끝나…담배 불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 중실화 인정"

"고의 아니라 과실로 발생했다면 단순 실화죄, 징역형 선고 불가능…민사상 거액 손해배상은 해야"

성탄절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진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지난 26일 경찰과 소방 당국이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성탄절에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가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찰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화재 원인으로 담뱃불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 "담배의 불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 과실의 정도에 따라 중실화 혐의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며 "301호 거주민에게 과실치사 혐의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중실화죄와 경합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소방 당국과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 총 21명의 인력을 투입해 합동감식을 진행한 뒤 "현장에서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물이 나왔다"며 "부주의에 의한 발화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301호 거실에 인접한 작은 방에서 불씨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방에서는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발견됐다.


경찰은 담배꽁초가 화재의 직접적 원인인지는 조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기 기구의 오작동 등 전기적 요인, 방화로 인한 발화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봤다.


연휴 마지막 날이자 성탄절인 지난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모습ⓒ도봉소방서 제공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실화 가능성이 커 보인다. 꽁초를 제대로 안 꺼서 불이 났다면 실화죄가 문제 된다"며 "실화죄는 벌금형으로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행 형법 제170조 2항에 따르면 과실로 물건을 불태워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301호 거주민이 해당 혐의로만 기소될 경우 징역형 선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안 변호사는 "(화재 원인을) 중대한 과실 때문으로 평가할 경우에는 형법 171조에 따라 3년 이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고형은 수형자를 교도소 내에 구치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지만 징역형과는 다르게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 형벌이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과실치사가 보통 교통사고 등에서 실수로 타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적용하는 것이긴 한데 이 사안도 과실치사죄를 적용해서 중실화죄와 경합해 볼 수 있을 듯하다"며 "일반 실화죄를 적용해버리면 벌금형 처벌로 끝나니 안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도 "중실화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며 "중실화의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주 작은 주의만 기울였더라면 화재 발생을 예견해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담배의 불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과실의 정도에 따라 중실화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실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망자 발생에 대해서 형법 제267조의 과실치사의 죄책도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고의가 아니라 과실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단순 실화죄로 처벌된다"며 "실화죄는 벌금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징역형 선고는 불가능하다. 단, 민사상 거액의 손해배상은 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방화) 고의가 있다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가 성립될 듯하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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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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