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력 강화' 노선 지속될 듯
신무기 공개 및 추가 핵실험 가능성
교류협력 관련 대남기구 '정리'
정찰총국 중심으로 공작 강화 전망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이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가운데 향후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억지력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신년사를 거론하며 '핵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는 입장까지 밝힌 만큼, '다양한 카드'를 활용해 위협 수위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2023년 북한 핵개발 현황 및 평가: 국방력 강화 속에 지속될 2024년 도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12월 18일까지 31회의 각종 전략무기 시험발사를 실시했다"며 "2022년의 33회보다 횟수는 약간 줄었지만, 더 다양한 전략무기들을 계속적으로 공개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이 지난해 3년차를 맞았다는 점에서 각종 신무기 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지난 2021년 제8차 노동당대회를 계기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며 △핵무기의 소형화·전술무기화 △초대형 핵탄두 △1만5000㎞ 사정권 타격 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 및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구체적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양 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이 신형 ICBM '화성-18형'을 3차례나 발사해 고체연료 ICBM 개발 성공을 선전했다며 "또 다른 '5대 전략 과제'인 핵잠수함과 수중 핵전략무기도 새롭게 선보였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은 '핵어뢰'로 평가되는 '해일-1' '해일-2'와 함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개량 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했다.
북한은 핵공격 무기체계 도입과 함께 정찰·감시 자산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전략정찰-결심-타격'이라는 핵무기 운용방식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전략정찰은 북한의 취약점"이라며 "북한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김정은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정찰위성과 500km 항속거리의 무인기 개발을 지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시에 따라 북한은 올해 군사정찰위성 도입에 주력했고, 세 번째 도전 만에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무인기 개발과 관련해선 미국 '글로벌 호크(Global Hawk)'와 '리퍼(Reaper)'를 모방한 '샛별-4형' '샛별-9형'을 공개했다.
"北, 고강도 군사도발 가능성"
핵강압에서 재래식 도발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
북한의 '국방력 강화' 노선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올해 첫 담화에서 대북 억지력을 강조한 윤 대통령 신년사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국가의 군사적 강세의 비약적 상승을 위해 계속 '특색 있는 기여'를 하겠다는 데 대해 쌍수를 들어 크게 환영하는바"라고 비꼬았다.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동맹 차원의 억지력 강화 조치를 핑계 삼아 불법 핵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북한은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고강도 도발을 시사한 바 있기도 하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최근 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김정은 정권의 대남·통일노선 전환 의도와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설정한 만큼, 고강도 대남 군사도발을 통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었다.
양 연구위원은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 양상은 핵강압"이라며 7차 핵실험,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초대형 핵탄두 모형 공개 및 8차 핵실험 위협 등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7차 핵실험이 소형 핵탄두 관련 도발이라면, 이후 핵실험은 초대형 핵탄두와 연관성이 높을 거란 전망이다.
양 연구위원은 각종 전술핵미사일의 전방 배치 등을 통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관련 후속조치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아울러 "북한은 핵도발에 한정하지 않고 재래식 도발까지 확장할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 핵실험, GPS(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및 통신 교란, 사이버 공격 등으로 점차 확대해 한국 국민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자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천안함 기습, 연평도 포격 수준의 재래식 무력도발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공세적 대남공작·정보수집 나설 듯"
정보당국, 연초 도발 가능성 주목
북한이 대남기구 '정리'를 예고한 만큼, 공작 활동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 실장은 "군사적 수단을 활용해 대남 공작을 수행하는 대적·대외사업 부문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며 당 작전부, 35호실, 인민무력부 정찰국을 통합해 지난 2009년 창설한 정찰총국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실장은 "무력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대남공작과 정보수집을 공세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대공 수사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정원은 지난해 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우리 주요 정치 일정 등을 앞두고 연초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남 도발 주역 3인방'의 군·공작기관 복귀에 주목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주도한 김영철을 지난해 6월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기용했으며, 같은 해 8월에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등을 지휘한 리영길, 박정천이 각각 총참모장과 군정지도부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지난(달) 18일 ICBM (화성-18형) 발사 후, 측근들에게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연초 북한 도발이 예상되는 만큼 유관 부처와 함께 조기경보 및 대비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