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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에 여수 섬마을 입양된 남성…'머슴·짐승'으로 불리다 40년 만에 아버지 찔렀다


입력 2024.01.16 09:01 수정 2024.01.16 09:03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광주고법, 최근 양아버지에게 흉기 휘둘러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15년 선고한 원심판결 유지

피고인,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입양…부족한 일손 메우기 위해 소 키우고 밭 매거나 뱃일하기도

학교 못 가고 성인 될 무렵에야 주민등록…2021년 오른팔 절단되는 사고 당해

지난해 2월 양아버지 찾아가 따졌지만…"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대답에 범행

법원 ⓒ연합뉴스

11살에 섬마을에 입양된 후 '고아', '머슴'으로 불리며 소를 키우고 뱃일을 하며 살던 50대 남성이 40여 년 만에 양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1부(박혜선 고법판사)는 최근 양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A씨는 11살 당시 양아버지 B씨에게 입양돼 40년간 부자 관계로 살아왔다.


A씨는 다른 고아들과 함께 전남 여수의 섬마을에서 부족한 일손을 보태기 위해 소를 키우고 밭을 매거나 뱃일을 하며 살았다.


그는 학교에 가기는커녕 주민등록조차 성인이 될 무렵에야 할 수 있었다. A씨는 자신을 '머슴'이라고 부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큰 상처를 입으며 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신을 이렇게 키우는 양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학교에 가는 B씨 자녀들을 보며 자식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 더 열심히 일했다.


17살이 되던 해에는 양아버지가 선장으로 있던 배에서 선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26살에는 결혼해 독립했다. 이후 양아버지 일을 도우며 살던 그는 2021년 어망 기계에 팔이 빨려 들어가 오른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때부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병하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 독립 후 자수성가해 7억원 상당의 선박을 보유하게 되는 등 경제 상황이 나아졌지만 A씨는 끝내 양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2월 술을 마신 채 흉기를 가지고 양아버지를 찾아갔다.


A씨는 양아버지를 향해 "아버지가 나한테 뭘 해줬냐. 20년 전에 배도 주고, 집과 땅도 주기로 해놓고 왜 안 주느냐"며 따졌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라는 말이었다. 격분한 A씨는 흉기를 휘둘러 양아버지를 살해했다.


그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평소에도 고아라고 말해 화가 났는데, 아버지한테 '짐승'이라는 말을 듣자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양아버지의 학대나 착취 의심 정황이 있는 등 참작할 점이 있지만, 계획적 살인죄에 중형을 선고한 원심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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