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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룡대전' 임박…대권주자 운명 가를 계양을 [인천 바로미터 이곳 ①]


입력 2024.02.08 00:50 수정 2024.02.08 09:31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원희룡 대결 성사 가능성

2010년 재보선 외 모두 민주당계 승리한 '보수무덤'

李 우세 분위기 속 元 파란 여부가 총선 관전 포인트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데일리안DB

인천 '계양을'은 인천에서도 대표적인 더불어민주당 우세지역이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계양구가 갑·을로 분리되면서 신설된 이후, 유권자는 2010년 재보궐선거를 제외한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 후보와 경쟁 후보 간 득표율 차는 적게는 약 5%p, 많게는 약 20%p까지 났다.


계양을의 현역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송영길 전 대표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이곳에 이 대표가 같은 날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되면서 '민주당 텃밭'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가 2022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계양을은 2번 연속으로 민주당 당대표(송영길 전 대표·이재명 대표)를 배출한 선거구가 됐다.


'보수정당'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이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구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단연 '명룡대전'의 성사 가능성에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원 전 장관은 지난 2일 계양을 선거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표밭 다지기에 본격 돌입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공천 신청서를 접수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사를 사칭하고 허위사실공표, 배임, 부정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면서도 성남시장·경기지사·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자신의 욕망의 수단으로 삼아왔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원 전 장관은 "국회에서 대화가 사라진 이유, 민주당이 개딸들의 지배로 떨어져 나가는 이유, 민생과 경제에 정치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이유는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이재명의 정치가 원인"이라며 "내가 그 고리를 끊어보겠다"고도 선언했다.


한때 비례때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 대표도 지역구 사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인천 계양을에 그대로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 그대로 나가지 어디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계양을 출마 예비후보로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면접 심사에 응했다. 당 지도부도 이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설'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로써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계양을 대전은 기정사실화됐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두 사람의 지역구 선거 사무실은 작은 건물을 사이에 두고, 불과 100m 떨어져있다. 원 전 장관 측은 선거 사무실 건물에 이 대표 사무실 방향으로 대형 현수막을 게첩하면서 '빅매치'를 예고했다.


관전 포인트는 원 전 장관이 얼마나 파란을 일으키느냐 여부다. 원 전 장관이 인천의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에서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를 상대로 표심을 얼마나 얻느냐에 정치적 체급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이 대표가 원 전 장관을 상대로 진다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이기더라도 적은 표차로 이긴다면 이 대표로선 대권주자로서의 상품성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즉 이 대표로선 '이겨도 본전', 원 전 장관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게 된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에는 이 대표가 55.24%,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44.75%를 얻었는데, 득표율 차이가 이전 선거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윤 후보가 이 대표를 상대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일단 현 민심은 이 대표에 기울어져 있는 분위기다. 펜앤드마이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리서치앤리서치와 (주)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계양을에 거주하는 남녀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를 실시한 결과, 이 대표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48%, 원 전 장관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32%로 나타났다.


인천일보가 여론조사업체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 이틀간 계양을에 거주하는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대결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p)에서도, 이 대표가 50.7%를 얻어 34.3%를 획득한 원 전 장관을 16.4%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 모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니 대선급 빅매치로도 불리는 '명룡대전'이 사실상 현실화하면서, 당대표로서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이 대표가 선거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계양을이 민주당 텃밭인데 이 대표가 적은 표차로 원 전 장관을 이긴다면, 이겨도 그야말로 '망신' 아니겠느냐"라며 "'명룡대전'은 이번 총선이 정권 심판론이냐, 거대 야당 심판론이냐를 보여주는 선거"라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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