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
영수회담에 "야당 대표 직접 상대, 여당 소홀히 하는 처사"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대담을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관련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며 아쉬운 점이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사퇴를 놓고 충돌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사사로운 일은 중요하지 않고, 그런 걸 앞세워서 판단하면 안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선 사법리스크와 정치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여당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로 야당 대표만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7일 밤 10시 KBS를 통해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주제를 비롯해 도어스테핑, 물가안정·주식시장·의료, 교육개혁·저출산·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번 대담은 지난 4일 대통령실에서 녹화해 7일 방송됐다.
김 여사 명품가방 논란 "아쉬운 점 있지만, 재발 여지 없앨 것"
윤 대통령은 이날 100분간 방송된 특별대담에서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가 참 어렵다"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미리 이런 상황을 얘기했더라면 26년간 사정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남아있기 때문에 나라면 더 단호하게 대했을 것"이라면서도 "내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상황 때문에 물리치지 못했다. 아쉬운 점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드리기엔 지금도 시간이 짧은데 내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를 바랄 순 있겠지만 그것이 또 낳을 수 있는 부정적 상황도 있다"며 "이제 관저에서는 잘 관리될 뿐 아니라, 선을 분명하게 (긋고) 국민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라는 의견에 대해 동의하냐는 질문에는 "시계에 몰카까지 달고 와서 이런 걸 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발생) 1년이 지나서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 안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를 향한 의도적 접근과 불법 촬영 공작임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재발 여지를 없애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이나 여사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일(명품백 수수)을 예방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김건희 여사가) 내치지 못해서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것인데,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갈등설에 "사소한 것 중요치 않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 위원장과 갈등설이 불거진 것에 대해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또 그런 거를 앞세워 어떤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최근 소통을 언제 했냐는 물음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최근에 통화한 적은 없다. 비대위원장 취임 무렵 통화를 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지휘·공천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가까운 사이였지만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 본인(한 위원장)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무수석을 통해 필요한 소통은 하고 있는데, 직접 전화를 하기에는 한동훈 위원장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용산 참모 출신의 출마와 관련해선 "대통령실의 후광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혜는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 뛰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법 리스크' 이재명 만남 꺼린다는 의혹엔 "다른 차원 문제"
여소야대 정국 속 국정운영의 어려움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소야대가 워낙 심하다보니 국정과제를 추진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국회 구성이 어떤 식으로 되든지 간에 정부에 대해서 잘못되지 않게 견제는 하더라도 국익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정부 일에 협조하면서 견제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이 미뤄지는 배경에 대해선 "정당 지도부들과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영수회담이라고 한다면 여당의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게 될 수 있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를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는 분석에는 "정치는 정치고 (만남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도 "여당의 지도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야당의 대표와 지도부를 직접 상대한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집권여당의 지도부와 또 당을 좀 소홀히 하는 처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 지도부) 먼저 대화를 나누고 정말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단계가 됐을 때 같이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