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함춘여자의사회, 21일 성명 발표…"여성 비하 발언 의사회 차원서 고발할 방침"
"의료현장 무시하고 여의사 능력 부족하다는 성차별적 시각 동원해 정책 밀어붙여선 안 돼"
"여성 의사는 물론 전체 의사에 대해 국민을 오해로 이끌어 가는 처사 즉시 중지하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의대 증원 관련 필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자 여성 의사들이 박 차관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함춘여자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박 차관의 여성 비하 발언을 의사회 차원에서 고발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서울의대 여성 졸업생 출신 의사들로 구성된 함춘여자의사회에는 현재 1900여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2000명 의대 증원은 실습 위주의 교육도 이행하기 어렵고 시설, 장비, 교수 부족으로 의대 교육 부실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 뻔하다"며 "정부가 총선에 유리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의료 현장을 무시하고 여의사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성차별적 시각까지 동원해서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여의사는 물론 전체 의사에 대해 국민을 오해로 이끌고 가는 처사를 즉시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박 차관은 지난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의대 증원 정책 근거 자료로 들며 "(보고서의 의사 수급추계 방법에 따르면) 여성 의사 비율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다 집어넣어서 분석한다.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박 차관의 발언에 대해 여성 의사들은 성차별적인 시각을 조장한다며 반발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은 성별이 아닌 개인의 전문성, 경험, 그리고 노력으로 결정된다. 성별을 기준으로 한 능력 평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합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과는 50% 이상의 여성 전공의가 밤을 지새우며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성의사의 존재가 외과의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근거가 되는 것이냐"며 "여성이 근무를 더 적게 한다거나 비효율적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통해 열악한 필수의료 현장 속에서도 피땀 흘려 노력하는 많은 여성 의료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가했다"고 힐난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려 "박민수 차관의 성차별적 발언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발언은 여성 의료인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차관은 '대한민국 미래 의사 수 부족'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를 그 근거로 들었다"며 "여성 의사들의 근로 시간이 적기 때문에 의료 인력으로써 효율이 떨어진다는 발언에선 애당초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인력으로 간주하지 않는 성차별적인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의 구체적인 논거를 공개하길 바란다"며 "박 차관은 '우리나라 최고 연구기관에서 보고서 형태로 발간된 것을 참고'하라고 했지만, 출처 미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든 의사는 동일한 교육을 수료함에도 불구하고 박 차관은 근거 없는 말로 여성 의사의 능력과 전문성을 폄하했다"며 "공개 사과하고 해명하길 강력하게 요구한다. 더 나아가 책임지고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일갈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박 차관이 '여성 의사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라거나, '근무시간이 적은 여성 의사가 늘어 의사가 부족하다'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수급추계 방법론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설명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