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3만9000선 돌파…현장에서 환호성 터지기도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엔화가치 약세로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투자 심리를 부추긴 덕분이다. 중국 증시가 빈사상태에 빠지면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몰려든 것도 주가상승에 일조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등에 따르면 22일 일본 도쿄 증시에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836.52(2.19%) 오른 3만 9098.68로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3만 9156까지 치솟았으나 단기급등에 따른 매물이 나오는 바람에 3만 9000선 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닛케이지수가 3만 9000선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닛케이지수는 앞서 버블 경제 시절인 1989년 12월29일에 종가 3만 8915, 장중 3만 895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최고치 기록을 바꾸기까지 34년 2개월이 걸린 셈이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한 해 연간 28% 상승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16%나 오르며 초강세 흐름을 보여왔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가 5% 상승, 코스피지수가 0.0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도쿄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정책 덕분에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 상장사 1020곳의 순이익 전망치는 43조 5000억엔(약 384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이 기간 매출 대비 순이익률도 5.8%를 기록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었던 2022년 1분기를 제외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규모와 이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도쿄 증시에 유입되고 있는 점도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지난해 집계된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입금만 3조100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 등 당국의 주주 중시 경영 유도와 올해 개편된 일본의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등도 힘을 보탰다. 스튜어드십 코드(2014년), 기업지배구조 코드(2015년) 등 10년 전에 진행한 일본의 '기업 밸류업'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점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도쿄 증시의 강세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미츠이 이쿠오 아이자와증권 투자 자문부 펀드매니저는 "1989년 당시 일본 주식은 과대 평가됐었지만, 거품 붕괴 후 긴 시간을 들여 이를 바로 잡았다"며 "기업들의 자본 효율 개선 움직임이 강해지고 일본 경기침체 탈피 기대가 커졌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 연말 닛케이225지수 전망치를 4만 2000으로 제시했다. 일본 노무라 증권도 연말 전망치를 3만 8500에서 4만으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