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읽는 카드…시각장애인에게 사용의 자유를 [소소한 금융TMI]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02.25 06:00  수정 2024.02.26 10:02

카드업계, 차별 없는 금융 위해 점자카드 확대

유효기간·CVC 등 기입…안내장도 맞춤 변화

작은 크기로 인한 가독성 저하는 개선해야

점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시력이 굉장히 나쁩니다. 렌즈나 안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죠. 제가 안경을 쓰고 나타나면 라식·라섹을 권유하는 분들이 열에 아홉일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20년 가까이 고집을 부리며 수술을 미루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튼 저처럼 시력이 나쁜 분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맨눈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분간하는 것은 커녕 글자를 읽는 것도 어렵습니다. 안경과 렌즈의 힘을 빌려도 온전히 보지 못하는 것들도 생각보다 많고요.


평범한 제가 이 정도인데 시각장애인 분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은 어떤 수준일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이들을 위해 카드사들이 ‘점자카드’를 확대키로 했습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네모 반듯한 맨들맨들한 신용카드에 점자를 새긴 것이죠.


카드 담당 기자인 저는 이 소식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카드에 원래 점자가 없었나?”라는 생각도 하고요. “시각장애인들은 여태까지 어떤 카드를 썼던거지?”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된 여러 물음표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습니다.


안타깝게도 시각장애인 분들은 다양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단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택의 폭이 좁았고 혜택도 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모든 상품을 점자카드로 발급해 왔었습니다. 점자 카드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카드 신청 서식을 음성으로 설명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죠.


그러나 카드사 전체로 확대된 게 아니다 보니 시각장애인 분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카드사들이 모든 카드에 점자를 적용해 확대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는 올해부터 점자카드 발급 대상 카드를 모든 개인 신용 및 체크카드 상품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4종류의 점자카드를 발급한 곳이기도 합니다.


점자카드 이미지.ⓒ신한카드

우선 앞으로 하나의 카드플레이트 디자인으로 통일하고 카드 정보를 점자로 기입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읽는 ▲상품명 ▲카드 번호 ▲유효 기간 ▲CVC 등을 점자로 입력해 시각장애인 분들이 손끝으로 볼수 있도록 한 것이죠. 또 후면은 고대비 색상의 글자를 균일하게 사용해 저시력 고객도 읽기 쉽도록 개선했다네요.


상품 안내장 역시 시각장애인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대부분의 점자교재나 서적과 동일한 A4 사이즈로 제작하고 스프링 제본으로 펼쳐 양손으로 읽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내용을 큰 글씨로도 기재해 점자를 읽지 못하는 저시력 고객의 가독성과 접근성도 높였답니다.


이밖에 우리카드도 전 상품 모두 점자카드로 발급하고 있으며, 하나카드·현대카드·삼성카드 등은 특수 소재 카드 등을 제외한 카드를 점자카드로 신청 가능하답니다. 롯데카드는 점자카드로 발급 가능한 상품 종류를 48종에서 71종으로 늘릴 계획이라네요.


국내 카드사들의 이같은 변화는 시각장애인분들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최선호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정책팀장은 “시각장애인 분들은 지금까지 카드 사용에 있어 한계가 있었는데 전 상품에 점자가 기입되면서 사용하고 싶은 카드로 받고 싶은 혜택 등을 누릴 수 있게 돼 굉장히 기분 좋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신용카드에 새겨지는 점자가 마그네틱 등을 피해야 하다 보니 크기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시각장애인분들의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점자카드 확대는 카드업계가 차별 없는 금융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게 분명합니다. 다만 아직 출발 단계다 보니 실제 사용하시는 분들의 후기와 우려가 더 반영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점자카드가 시각장애인분들에게 편리한 카드 사용의 자유를 주는 존재로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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