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했다. 공교롭게 이날 SM 주가가 급락했고, 반나절 만에 시총 약 670억원이 증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카리나의 열애가 주가 급락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실제로 이들이 열애를 인정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은 전일 대비 2800원(3.47%) 내린 7만7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1조9232억원이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668억원이 사라진 1조8564억원이 됐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온 이유는 에스파라는 그룹의 영향력 때문이다. 2020년 데뷔한 그룹 에스파는 현재 SM의 핵심 매출원 중 하나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SM 매출 그룹별 공연 기여도 전망에서 에스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그룹 NCT(45%)에 이은 두 번째 순위다.
SM과 함께 대형 엔터주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도 멤버들의 열애설, 재계약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주가가 밀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엔터주 특성상 아티스트의 열애, 재계약 등의 이슈가 주가 변동의 요인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이번 카리나의 열애 역시 주가 변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주가변동을 단순 열애설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건 무리가 있다. 같은 날 큰 이슈가 없던 SM엔터테인먼트 외의 다른 엔터주의 주가 역시 줄줄이 빠졌기 때문이다.
같은 날 종가기준, 하이브의 경우는 무려 7.1% 감소한 20만2000원, YG엔터테인먼트는 2.8% 감소한 4만900원, JYP는 4.1% 감소한 7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결국 열애설 이슈가 있었던 SM의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 엔터기업들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케이팝 음반 판매량 감소, 여전한 중국 시장의 수요 불안정성 등이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연말을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음반 판매량의 무서운 상승세가 꺾였다. 써클차트 기준 작년 12월 앨범 판매량은 411만3499장으로 전월인 11월(1516만6889장) 대비 72.9% 감소했고, 전년 동기(619만 3032장)에 비해서도 33.6% 감소했다. 연중으로 봐도 최저치다.
올해 1월에는 559만5970장으로 지난달 대비 36%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765만9325장)에 비해서는 26% 감소했다. 같은 시기 이리부 아이돌 가수들의 초동 판매량도 꺾이는 추세다. 한 정상급 걸그룹의 신작 초동 판매량은 전작 대비 수십만장이나 감소했다. 전작 대비 약 40%가량 줄어든 수치다. 중국 시장의 앨범 수출 상황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작년 대중 음반 수출액은 3390만달러(약 453억원)로 전년 대비 34.0%나 감소했다.
카리나의 열애가 SM의 주가 변동에 아주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열애 하나 만으로 670억의 책임을 아이돌에게 미루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전에, 엔터 시장 전반에 걸친 문제를 되돌아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