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치매 환자 손톱 깎아주다 출혈 발생하자 장갑 끼워 방치…法, 금고 6개월 집유 2년 선고
법조계 "초범인 노인, 중대범죄 아니라면 실형 선고 드물어…구속돼도 형집행정지 가능성 높아"
"병원 측, 피해자 상처 알고도 아무런 조치 안 했다면…업무상과실치사 공범 처벌도 가능할 것"
"국민 법감정상 집행유예형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항소심 가더라도 실형 선고 가능성 낮아"
치매 환자의 손톱을 깎아주다 생긴 출혈을 숨겨 괴사에 이르게 한 간병인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의 나이가 70대 중반이었기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법원의 선처를 받을 수 있었다며 만약 나이가 어렸다면 실형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관례상 초범인 노인은 중대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실형 선고 가능성이 낮고, 구속되더라도 형집행정지 혹은 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이석재 부장판사)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6)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동대문구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22년 4월 13일 치매 환자 B(79)씨의 손톱을 깎아주다 발생한 출혈을 방치해 피해자의 손가락을 괴사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이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리지 않은 채상처 부위를 간단히 소독하고 억제대 장갑(자해 또는 낙상 위험이 있는 환자를 억제하기 위한 장갑 종류)을 끼워 방치했다. 피해자는 치매를 앓고 있어 통증 표현이나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제때 치료받지 못한 피해자는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해 왼손 검지가 절단이 필요한 수준으로 괴사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해 결과가 중하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다른 범죄전력이 없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못했음에도 법원의 선처를 받은 건 피고인의 나이가 76세의 고령이기 때문이다. 만약 피고인의 나이가 30~40대였다면 금고형의 실형이 선고됐을 것이다"라며 "살인과 같은 중대범죄를 일으킨 경우를 제외하곤 초범인 노인(70세 이상)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법원에서도 관례상 구속되더라도 형집행정지 혹은 보석 신청을 허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또 "만약 병원 측이 사전에 피해자의 상처를 확인했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의료진도 의료법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방조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아울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공범 처벌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피고인은 상처가 난 치매인 피해자 손에 일부러 장갑을 끼워 상처를 숨기는 등 죄질이 나쁘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손가락이 괴사된 만큼 국민 법감정상 형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의 나이에도 간병인이라는 고된 일을 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등을 두루 참작해 선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해 형을 정했기에 항소심으로 이어지더라도 형량이 가중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등 결과가 달라지려면 특별한 사정 변동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재판부는 피고인이 손톱을 깎는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한 것이므로 상해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의의무를 위반해 제때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점에 대한 과실은 인정한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결과(손가락 괴사)에 대해 상해의 고의는 없었더라도 그 결과 발생의 주의의무 및 회피가능성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며 "사고 당시의 상황, 사건의 경위, 피해자의 나이, 초범 여부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피고인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것을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