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직접 거론 안하면서도 "상식 밖이고 충격"
"떡잎 져야 새순나고, 새 술은 새부대 담아야"
"중앙정치 가면 혼신 다해 '으뜸도시' 만들겠다"
9일 오후,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는 '윤석열 정권' 그리고 '낡은,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의지'를 다지는 열기로 가득 찼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사무소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4월 10일 채 후보의 승리를 기원하는 동시에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후보로 선거에 나서는 김영주 국회부의장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김 부의장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낡은, 배신의 정치'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만은 분명했다.
다만 이날 채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영주 부의장에 대한 '심판론'과 '교체론'만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다. 그는 지난 2018년 민선 7기 서울지역 구청장 중 가장 젊은 기초단체장 타이틀을 획득했던 것을 소환했다. 젊은 일꾼의 면모와 추진력을 강조하면서, 국회에 입성하면 중앙정치와 지역정치에 모두 힘써 영등포를 '으뜸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채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행사 시작 20분 전 사무소에는 이미 200명 안팎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행사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더욱 빼곡하게 사무소를 채워갔고, 개소식 시작 직전에는 입구까지 사람들이 모여들어 통행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행사장이 북새통을 이룬 탓에 "장소가 협소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좁은 틈을 비집고 채 후보와 악수를 하려는 열기도 매우 뜨거웠다. 이날 채 후보는 파란색 당 점퍼를 착용하고 지역 관계자와 지지자들의 앞에 섰다.
채 후보의 인사말에 앞서 당의 지역 고문과 전직 시·구의회 의원들은 지역구 현역인 김 부의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이어진 영등포갑 공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 당 고문인 김주철 고문은 축사에서 "그동안 영등포가 버림받았다"라며 "이번에 채현일 후보가 영등포에 공천을 받았다고 해서 정말 마음이 확 풀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 후보를 기점으로 해서 다시 한번 영등포가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달라"라고 당부했다.
고기판 전 영등포구의회 의장도 "채 후보가 정치적으로 변화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고자 오늘 이 자리에 선 걸로 안다"면서 "어렵고 힘들 때 당을 버리고 구민의 질타와 당원들의 쓴소리가 싫다고 당을 떠나는 이런 현실이 돼선 안된다"라고 했다. 이어 고 전 구의장은 "우리 채 후보에게 묻는다. 채 후보는 당이 어렵고 힘들 때 당을 떠나시겠느냐. 채 후보께 다시 한 번 묻는다"라고 답을 요구했다.
이에 채 후보가 "그렇지 않다"라고 힘줘 말하자 참가자들은 연호 대신 힘찬 박수로 호응했다.
순서를 넘겨받은 채 후보는 "영등포갑이 뜨겁다. 이렇게 언론에 영등포갑이 홍보가 될 줄 상상을 했겠느냐"라고 인사말의 운을 뗐다.
영등포갑에는 김 부의장과 채 전 영등포구청장이 각각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후보로 출전했고, 개혁신당의 허은아 전 의원까지 가세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 부의장, 국민의힘을 탈당한 허 전 의원이 당적을 바꿔 대결에 뛰어들면서, 영등포갑은 순식간에 채 후보와 거대 양당 탈당자들의 매치가 펼쳐지는 격전지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 채 후보는 "최근 이재명 대표가 종로에 이어 영등포구에 왔다. 그날 인산인해의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 뜨거운 성원 보내줬다"며 "그 의미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을, 그리고 낡은 정치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채 후보는 "영등포갑이 정권심판의 선봉에 서고 그리고 정권교체의 교두보가 돼야 한다"라며 "떡잎이 져야 새순도 돋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내가 6년 전 구청장이 됐을 때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뀌었고 변화가 있었고, 차근차근해냈다. 이제 중앙정치에 첫발을 디뎠다"고 피력했다.
채 후보는 "지역에서 (김 부의장이) 십수 년 동안 다선을 하고 장관·부의장까지 하셨다. 인간적으로 고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내가 구청장 때 많이 도와주고 함께해 개인적으로 그분을 존경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당을 바꾼단 건 상식 밖이었고 지금도 충격"이라고 했다.
채 후보는 "유권자들의 뜻과 어긋나는 이런 정치, 이런 배신의 정치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정치에 대해선 반드시 이번 4월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채 후보는 '으뜸도시'와 관련해서는 "나는 지난 6년 전 '탁 트인 영등포'를 기치로 내걸고 최연소 젊은 구청장으로 취임했다"며 "어르신과 공무원, 주민분들은 영등포가 만만하지 않은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6개월, 8개월, 1년이 지나면서 영등포가 바뀌기 시작했다. 영등포역 앞이 노점 정비로 깨끗해지고, 안양천이 바뀌고 전통시장이 바뀌고 학교 가는 통학로가 깨끗해졌다. 구민들이 원하는 수많은 민원을 바로바로 해결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채 후보는 "여의도가 영등포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여의도에서도 지역 정치도 잘하라는 의미"라며 "이번에 중앙정치에 가도 솔선수범 혼신을 다해 영등포구를 으뜸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채 후보는 "이번 선거는 3자 구도라 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어렵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깨끗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품격 있는 선거를 치르겠다"고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