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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없다는 류현진, 이제는 수비 믿고 행복 야구?


입력 2024.03.15 14:57 수정 2024.03.15 15:1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수비 믿지 말아라" 과거 발언 기억 없다며 웃음 선사

맞춰 잡는 투구 스타일, 한화 내야도 더욱 단단해져

류현진. ⓒ 뉴시스

과거(?)를 잊었다는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이 행복 야구를 펼칠 수 있을까.


올 시즌 KBO리그의 최대 화두는 역시나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지난 11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지난달 친정팀 한화와 8년간 총액 17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나이를 감안했을 때 사실상 한화와 종신 계약이며 은퇴할 때까지 리빙 레전드로 활약할 전망이다.


팬들의 관심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특급 투수로 활약했던 류현진이 과연 한국 무대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에 쏠려있다.


관건인 몸 상태는 아직까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계약 후 곧바로 스프링캠프로 떠난 류현진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불펜 투구에 주력하며 투구 수를 서서히 늘려갔고 이달부터는 타자를 타석에 세워두고 공을 던지는 라이브 피칭에 돌입했다. 그가 메이저리그서 하던 방식 그대로다.


이후 한화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 류현진은 자체 청백전을 거친 뒤 지난 12일 KIA와의 시범경기에 나서 62개의 공을 던졌다. 류현진 특유의 정교한 제구력은 그대로였고 직구 최고 구속은 지난해 토론토에 있을 때보다 높은 시속 148km까지 나왔다.


시범 경기 첫 등판서 4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오는 17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서 최종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개막전 등판에도 큰 무리가 없다.


류현진. ⓒ 한화 이글스

달라진 투구 스타일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후 한화에 몸담은 7년간 파워 피처로 군림했다. 위기 상황과 그렇지 않을 때의 완급 조절이 워낙 뛰어났던 류현진은 위기가 닥치면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는 당시 한화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리빌딩 실패로 전력이 떨어진 한화는 특히 수비 부분에서 큰 구멍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투수들이 호투를 펼쳐도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하거나 패전 투수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고 이는 류현진도 예외가 아니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 한 방송을 통해 유소년 선수와 나눈 대화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류현진은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된다. 삼진으로 무조건 잡아야 한다”라고 말해 당시 한화의 처참한 상황을 대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친 뒤 “믿고 던져야 한다. 야수를 못 믿고 던질 수 없다”며 과거 발언에 대해 “아니다. 기억이 없다”라고 말해 주위에 웃음을 안겼다.


실제로 투구 스타일이 달라진 류현진은 타자를 윽박지르기 보다는 맞춰 잡는 영리한 투구로 한국 무대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나 야수들의 수비 도움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수년간 리빌딩을 거친 한화는 수준급 야수 체제를 갖추게 됐고 특히나 센터 라인을 책임질 이도윤(유격수), 문현빈(2루수)은 지난해 주전 자리를 꿰차 내야 수비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류현진은 행복 야구를 펼칠 일만 남아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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