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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야구의 낭만’ 문학에 울려 퍼진 김강민 찬가, 그리고 배려


입력 2024.03.27 09:04 수정 2024.03.27 09:05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한화 이적 후 처음으로 정든 인천SSG랜더스필드 방문

인천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레전드 맞아들여

김강민이 교체 투입되자 인천 팬들의 뜨거운 환대가 이어졌다. ⓒ 한화 이글스

‘리빙 레전드’ 김강민(42)이 문학 구장의 잔디를 다시 밟자 인천 팬들이 큰 환호로 맞이했다.


한화는 2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2024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서 선발 김민우의 5이닝 무실점 호투를 묶어 6-0 완승을 거뒀다.


경기 결과만큼 중요했던 장면은 역시나 문학에 재림한 ‘짐승’이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4-0으로 앞선 7회말 대수비로 김강민을 중견수 자리에 교체 투입했다. 인천SSG랜더스필드의 중견수 수비 자리는 김강민이 22년간 지켰던 곳으로 일명 짐승의 영역이라 불린다. SSG 홈팬들은 어색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강민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강민은 타석에도 들어설 기회도 얻었다. 한화는 9회초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김강민 앞에 3명의 타자들이 놓여있었다. 1명이라도 출루하지 못한다면 김강민이 대기타석에 위치한 채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 있었던 상황.


문현빈이 1루 땅볼, 임종찬이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가 늘어났다. 그리고 최재훈의 타석. 최재훈은 조병현을 상대로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나갔다.


마침내 김강민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김강민이 타석에 들어서자 한화팬뿐만 아니라 SSG팬들까지 김강민을 맞아주었다. 경기장에 들어찬 1만 541명의 팬들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이례적으로 SSG 응원석에서는 원정 선수를 위한 응원곡을 틀었고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라는 노래와 함께 김강민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김강민이 교체 투입되자 인천 팬들의 뜨거운 환대가 이어졌다. ⓒ 한화 이글스

그러자 이계성 주심도 홈플레이트를 솔로 쓸어내며 의도적인 시간 끌기(?)에 나섰다. 김강민이 인천 팬들에게 인사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이에 김강민은 감격에 겨운 듯 헬멧을 벗고 경기장 곳곳을 둘러보며 팬들의 연호에 화답했다.


주심의 배려는 지난주 고척 스카이돔에서도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당시 서울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첫 타석에 들어서자 메이저리그 주심 또한 같은 행동으로 시간을 끌어주는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비록 김강민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결과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팬들은 공수 교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김강민의 이름을 외쳤고, 레전드의 이적 후 첫 인천 방문은 많은 감동을 선사한 채 막을 내렸다.


김강민은 경기 후 “이렇게 응원을 해주시니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라며 “뭉클했다. 어찌됐든 다른 팀 선수를 위해 응원가를 불러준다는 게 감동적이지 않나. 감동적이었다”라고 돌아봤다.


한편, 김강민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SSG 보호명단에서 제외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의 지명을 받으며 이적 수순을 밟았다. 한 팀에서 20년 넘게 활약했던 레전드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이적하자 팬들은 강하게 반발해 지난 겨울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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