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토론회서 서로 '뼈아픈 속내' 들춰냈지만
사전투표 당일, 비난 삼가면서도 포부는 명확히
李, 안철수에 "페어플레이 하며 국민 뜻 따르자"
安 "이광재와의 경쟁, 기억에 남는 승부 될 듯"
4·10 총선 사전투표의 서막이 오른 5일,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4선에 도전하는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현역 3선)와 도전자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전직 3선)가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도 서로를 향해 거친 언사 대신 일간의 소회와 '페어플레이'를 당부하며 중진의 면모를 보였다.
이광재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20분경 배우자와 함께 분당 서현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22대 총선 사전투표를 마쳤다.
이광재 후보는 투표 직후 데일리안 취재진과 만나 '사전투표가 시작된 만큼,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남은 기간 서로 열심히 페어 플레이 하고 경쟁하자"며 "또 우리가 결과에 따라 국민의 뜻에 따르자"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민생과 경제·외교·안보에서 좀 더 편안하고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예측가능한 나라가 오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나라의 운명과 희망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삼가면서도 자신의 포부는 정확히 밝힌 담백한 다짐이었다.
분당갑 선거구에 현역 의원으로 4선 도전에 나선 안철수 후보도 이광재 후보와의 '초박빙' 판세를 염두에 둔 듯 차분한 소회를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같은날 오후 1시 분당 야탑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22대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광재 후보를 향해 "인연이 없는 분당에 오셔서 나름대로 여러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총선은 참 기억에 남는 승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사전투표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뼈아픈 과거와 내밀한 속사정을 들춰내며 날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8분간의 주도권 토론에서 "이광재 후보의 분당갑 출마 연설에서 '과거 강원도지사를 역임했을 당시의 행정력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분당과 판교의 발전을 이바지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러나 이광재 후보는 강원지사로 취임하자마자 정치자금법위반 2심 판결로 직무정지 되지 않았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불법정치자금 수수야말로 구태"라며 "낡은 여의도 정치를 바꾸겠다고 이번 분당갑 출마선언에서 말씀하시던데, 선관위 홈페이지에 보면 2004년·2010년·2012년 정치자금법 위반 처분 등 불법수수 전과 기록만 3번 있다"고 전과 보유 사실을 조명했다.
이에 이광재 후보는 "이런 일에 연루된 자체가 잘못이니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다음 공격권을 넘겨받은 이광재 후보는 "대선에 3번이나 출마했으면 주변에 사람이 많아야 할텐데, 이번 의대 증원 문제에 있어서도 여당 의원들이 내게 '왜 안철수는 뒷북을 치냐'고 그런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맞서기나 했느냐. (안철수 후보) 주변에 있던 사람은 다 떠나고 왜 안철수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생각해 봤느냐)"라고 인덕(仁德)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 역시 "어려운 길을 걸어오다보니 함께 했던 분들의 기대에 충족을 못했다"며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국회사무총장과 3선 의원을 지낸 강원 출신의 이광재 후보는 지난 2022년 대선 민주당 후보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던 '대권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안철수 의원은 이미 2012년·2017년·2022년 세 차례의 대선 예선 및 본선에서 유력 주자로 뛰었던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당갑 선거구는 이른바 '스타 정치인'으로 거론되는 두 후보의 맞대결이 치러지는 곳으로 경기도 선거의 바로미터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