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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같기도, 안 같기도 한 각기도"…전문가들이 본 尹-李 '용산 회담'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4.30 06:00 수정 2024.04.30 06:00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尹은 '일단 경청했다', 李는 '난 할 말 다했다'는 스탠스"

"'소통' 의미는 있었지만…의제 '선택과 집중' 필요했다"

애초부터 명분만 있던 자리…"맥이 없는 합의만"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전한 메시지를 들은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치'라는 명분을 세웠지만 동상이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첫 영수회담 평가다. 약 6년 만에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는 민생회복지원금, 의·정 갈등, 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 여러 정국 현안이 논의됐다. 여야 협치 물꼬는 트였지만, 통 큰 합의 대신 소기의 목적만 달성했다. 전문가들도 일제히 '제자리걸음에 가까웠다'는 평을 내놨다.


A4 열 장 분량 의제 쏟아낸 李 '민심 전달자' 자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A4용지 10매 분량의 발언을 쏟아내며 의제를 강하게 전달했다. 12개 의제 중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특검 수용도 있었다. 총선 참패로 평가받은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여당과의 협치가 불가분이 되면서 막힌 논의 요구와 '민심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주려 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애초부터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여당과의 협치를 생각하지 않았다. 총선 때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비판 정서를 확인한 뒤 이를 강하게 전달한 것"이라면서도 "협치 의지가 없었던 것은 정부·여당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야당 입장에서 이만큼 난제와 숙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모두발언"이라며 "백화점 나열식이 아닌 의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고 평했다.


여야정 협의체, 영수회담 부담감 따른 '안전장치'


한편 이번 영수회담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양 측은 의료개혁 필요성에 원론적으로 공감했을 뿐 나머지 의제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공동합의문 채택 또한 없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회담 종료 직후 각각 결과를 발표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양측에게 부담이었던 '빈손 회담'의 대안이라는 해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협치 같기도, 안 같기도 한 '각기(各其)도'를 하셨다"며 "'만났다'에 중점을 두고 협치에 물꼬를 텄다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국민이 이를 협치로 바라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양쪽 다 결과적으로 형식만 갖추고 끝났다"며 "대통령은 '일단 경청했다', 이 대표는 '난 할 말 다했다'는 스탠스였다. 내용 면에서는 하나도 바뀐 게 없었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도 "윤 대통령 취임 2년여 만에 있었던 첫 협치 자리였다.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지만, 단독회담도 이뤄지지 않은 아쉬운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서로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었다. 앞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은 성과다. 그러나 원래 없었을 것으로 봤던 협치는 앞으로 더더욱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야정 협의체는 양측에 있었던 영수회담 부담감에 따른 '안전장치'다. 윤 대통령은 나경원-이철규 연대설과 같이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고, 야당은 '민심을 전달했으나 대통령의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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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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