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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p 차이로 입법 독식해놓고 힘자랑하는 이재명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5.08 07:00 수정 2024.05.08 13:19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국민 대다수 원하는 의료개혁에 관해서도 野 '주도권' 싸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 민심은 오만함에 가장 냉혹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장면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 매장에 TV로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이 좋은 게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이 싫어서 뽑은 건데,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22대 총선 결과가 여당의 참패로 결론지어진 이후 주변의 야권 지지자들은 이 같은 말을 내놨다. 지지자 중 한 명은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차기 대권주자로 생각되지 않는다. 훈장질은 그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4·10 총선 압승으로 192석을 차지한 범야권은 22대 국회 회기 전부터 한껏 힘자랑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취재진을 멈춰 세우고 A4용지 10매 분량의 원고를 15분여간 읽으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모 씨 의혹을 거론했다. 이어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의식한 듯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점은 민주당 압승을 이끈 지역구 득표율은 전체의 50.45%로, 겨우 절반을 넘겼다는 거다. 5.4%p 차이에 불과한 45.05%의 유권자는 민주당보다 71석이나 적은 90석을 얻은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표를 줬다. 득표율 차는 5.4%p인데 당선자 수는 두 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단 1표만 이겨도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소선거구제 덕을 제대로 봤다는 이야기다.


압도적인 성적표에 고무된 민주당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주도권' 싸움만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 자체에 동의했지만 "우리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정부가 구성한 의료개혁특위가 아닌 민주당이 키를 쥐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의 총리실 관계자들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노년의 나이에도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추진 당시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로 의대 정원 351명을 감축했던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주변이 숙연해질 정도의 결의를 보였다.


결국 의대 증원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지금도 의료개혁 당위성에 공감하고 강한 추진력과 소신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에 국민의 불편과 피로감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일종의 물 흐리기까지 계속된다면 이 대표 스스로 말하는 민의를 해체하는 연속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은 지난 6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용산 대통령이 따로 있고, 여의도 대통령이 따로 있는 정국"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 대표가 정권 심판을 언급하며 총선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는 말속에는 '협치'가 보이지 않는다. 민심은 오만함에 가장 냉혹하다. 지지자들 또한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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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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