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한 적 없다'는 대통령 말 신뢰…
사실이면 민주당 지금까지 뭐했나"
'충신' 이미지로 지지층·중도층
두 마리 토끼 잡는 전략 구사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합리적 가치를 담은 이른바 '한동훈의 보수'를 선보일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공개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이태원 참사가 터졌던 2022년 12월 5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상민 행정안정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결정을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기술했다.
이에 김 전 의장이 그게 무엇인지 묻자, 윤 대통령이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은 당시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도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후보는 28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그 말을 신뢰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같은 말 같지 않은 것도 전 당력을 동원해 공격하는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왜 지난 2년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 말을 만들어낸 것이냐"며 "이 말이 진실이라면 (민주당은 그동안) 뭘 한거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실과 함께 해당 사실을 적극 부인하면서도 내용 자체는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 기간 동안 당원들의 마음을 얻으면서도 중도층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보수의 길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이를 위해 한 후보는 '충신' 이미지를 내세워 '반윤' 프레임에서 벗어나면서도 '건강한 당정관계' 추구를 통해 타 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대통령실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던 기존 당정관계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하면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한 후보는 지난 28일 부산 유엔기념공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내세운 '건강한 당정관계'를 두고 경쟁 당권주자들이 '배신의 정치'라고 공격한 것과 관련해 "내가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 정치인이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과 국민"이라며 "나는 대한민국 국민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상현 당대표 후보는 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파멸적 당정관계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원 후보 역시 연일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불화설을 부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는 이들을 향해 "당정관계가 정치의 최종 목표냐"라며 "(당정관계는) 좋은 정치를 하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한 방편이자 과정이다. 그 과정이 협력과 견제(하면서), 사안별로 충실하게 토론하고 대한민국을 위한 정답을 내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도 지난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충신들은 대통령에게 욕먹을 각오를 한다"며 "'이것 절대 하시면 안 된다'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충신의 역할은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충신들이 지금 우리 당에 많이 필요하다. 불가능한 이야기를 가능한 것처럼 계속 대통령을 속이는 사람들이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고 여권의 가장 암적인 존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도 "국민과 당원들께 정말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희망을 보여드리지 못하면 이 자리는 '독배'라고 생각한다"며 "보수정당의 정체성과 시스템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회복시키겠다. 욕 먹더라도 멀리 보고 방향을 잃지 않고 당원들을 보고 국민을 바라보며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2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 '차별화 한다'고 이야기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것은 한 위원장한테 득이 되는 것"이라며 "(김 전 의장 회고록을) '음모론'으로 이야기하며 민주당의 공세에 선을 긋고 가면서도, 합리적인 부분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에 득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