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의혹' 윤관 대표 "검머외라 세금 못 내"
에코프로머티 지분 블록딜…차익 실현 여부 촉각
금감원,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부정거래 의혹' 수사
남편이 투자한 바이오 상장사 주식 취득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 프랑스어 'Noblesse'(고귀한 신분, 귀족)와 'Malade'(병든, 아픈)가 합쳐진 말로 소위 있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세태를 꼬집는 단어다. 입으로는 사회정의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탈세, 편법, 투기 등을 꾀하는 '사이비' 노블레스를 빗댄 말이다.
1. 부창(夫唱)
최근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국세청을 상대로 진행 중인 100억원대 세금 불복 소송은 그 최신 사례에 속한다. 윤 대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김영식 여사, 구연수씨와 함께 상속재산 다툼 중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이다.
앞서 국세청은 2020년 2월~2021년 8월 1년 반 동안 윤 대표를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윤 대표가 2011년부터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6~2020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며 2021년 12월 윤 대표에게 2016~2020년 귀속 종합소득세 123억7758만원을 추징했다. 윤 대표는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지난해 3월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미국 국적인 윤 대표가 국내에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거주자' 지위에 있는지다. 윤 대표는 자신이 미국에서 주로 활동해 한국에는 생활 근거가 없고, 구체적인 사업도 하지 않아 '비거주자'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에 부동산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본래 대한민국 국적자였던 윤관 대표는 2011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현재는 미국인이다.
반면 조세심판원은 "윤관은 2012년부터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들과 함께 거주했고 국내에 고정된 사업 장소를 두고 국내를 기반으로 펀드 자금을 투자·운용하는 직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에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소득세법에는 해외에 살더라도 가족이나 재산 등 실질적인 생활근거가 국내에 있으면 국내 거주자로 간주해 세금을 매길 수 있다. 실제 그의 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자녀들은 처가에 살고 있다. 윤 대표가 출장지라고 주장하는 블루런벤처스 코리아 사무실은 처가가 소유한 건물에 입주해 있다.
또 국내 체류일 수가 183일을 초과하지 않도록 고의로 관리한 은폐 행위는 오히려 윤 대표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는 방증이라고 조세심판원은 판단했다. 윤 대표는 이 기간에 한국에서 각각 172일, 193일, 156일, 172일을 거주했다.
불과 한 달 전엔 윤 대표가 이끄는 블루런벤처스(BRV)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을 블록딜로 팔아치워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BRV가 2017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립 당시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후 5년간 네 차례에 걸쳐 1000억원가량을 투자한 이 지분의 가치는 조단위 규모로 올랐다. 만약 윤 대표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에코프로머티 관련 펀드 운용 보수에 대해서도 막대한 세금이 부과될 공산이 높다.
내야 할 세금을 법을 어기면서 내지 않는 것은 탈세(脫稅)다. 아차! 윤 대표는 국적 세탁으로 병역의무도 피했다.
2. 부수(婦隨)
이번에는 윤관 대표의 아내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다. 구 대표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매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근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구 대표는 A사 주식 3만주를 개인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블루런벤처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당 1만6000원 수준이던 A사 당일에만 16%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한때는 주가가 5만원까지 올랐다.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서 말한 구 대표의 남편인 윤관 대표다. 이 때문에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다. 조사 내용에 따라 구 대표 뿐 아니라 윤관 CIO에게도 금융당국의 조사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향후 조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매겨진다.
이 같은 논란 가운데 구 대표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A사 주식 3만주를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 5월10일 개최된 재단 이사회에서는 구 대표가 기부한 주식을 재단 자산으로 받아들을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구 대표의 미공개정보 활용한 주식 매수 관련 의혹을 이유로 해당 안건 처리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이사회에서는 해당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이에 구 대표의 재단 사유화 논란도 불거졌다. LG복지재단 대표의 자선·장학 등 공익사업 위축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이던 수많은 공익활동조차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뿔싸! 구 대표가 동생(구연수), 모친(김영식)과 함께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도 상속세 문제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나라사랑, 나눔, 봉사, 헌신을 가리킨다. 그만큼 사회적 존경과 추종에는 책임과 희생도 함께 따른다는 말이다.
탈세는 정부의 재정(세입)을 위협하고 조세 정의와 과세권을 좀먹는다. 올해 우리 정부의 세수결손 규모는 20조 원 내외로 예상된다. 주식 부정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선량한 투자자를 속이는 중범죄다.
물론 당사자들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의혹과 구설이라는 점은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치명적이다. 어찌 보면 갓끈 고쳐 매려고 스스로 오얏나무 아래로 달려간 꼴이다. 이 기회에 사회 지도층의 정신과 가치관, 사회적 자질과 의무도 돌아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