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의 공적 이상과 목표는 뭔가
정글 속 포식자 생리 드러내는 정치
제1야당의 무모한 대의제 파괴 작태
원내 제1당이자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소리 지르기, 입법 심부름하기에 몰입하고 있다. 그런 처지가 자신도 한심하고 창피해서인지 국무위원이나 여당 의원들에 대해 안하무인으로 호통을 치고, 훈계를 쏟아붓는다. 직접 물어볼 기회도 연줄도 없으니 자격지심이거나 콤플렉스에 대한 보상심리의 발현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22대 국회 들어 그 일 말고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민초(民草)들에게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라.
[민초, 그러니까 생명력이 잡초처럼 강한 백성이라는 표현은, 과거 소위 진보 정치세력이나 진보 운동권이 전유(專有)하다시피 했던 용어다. 스스로를 민초로, 또는 민초들의 동지로 자리매김하고 보수세력을 공격했는데, 대단히 효과적인 무기로 작동했다. 그러나 그들 속에 민초는 거의 없었고 권력·공직의 사냥꾼만 우글거렸다. 리더를 주군(主君)으로, 자신들은 가신(家臣)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야당을 형성했다. 자랑스러울 게 없었을 텐데도 그들은 당당했다. 그런 사당(私黨) 체제를 옳다고 여겨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 그러니까 김영삼·김대중과 그들을 따르던 정객(政客)들에게는 공적(公的)인 이상·목표와 정의감이 있었다. 이념의 푯대가 뚜렷했던 거다.]
이 대표의 공적 이상과 목표는 뭔가
지금 민주당의 이 대표와 친이 및 개딸들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이 대표 개인에 대한 무조건적 추종 말고 어떤 공적인 배경·이유·동기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대표 자신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는가? 사법리스크를 벗어나 대통령이 되는 것 외에 국민과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가겠다는 포부와 비전이 있는지 의문이다. 소년공(少年工)의 처지에서 대형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초대형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출세한 것은 괄목할 만하다. 그 여세를 몰아 집권당의 대통령선거 후보가 되고 비록 패배는 했지만, 당선자를 득표율 0.73%포인트까지 압박해 간 것도 엄청난 성취다.
그런데 민주당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민주화 공적(功績)’으로서 무엇을 이뤘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어떤 고초를 겪었나? 그는 2016년 겨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해서 “우리의 손으로 그를(박근혜 당시 대통령) 잡아 역사 속으로,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줍시다, 여러분”이라고 모진 선동 발언을 했다. 그 ‘사이다 발언’이라는 악담 덕에 그는 당시 야당 및 재야 세력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그 외에 어떤 민주화 투쟁을 벌였는지는 들은 바가 없다.
그의 이름이 대중의 뇌리에 뚜렷이 각인된 계기는 민주투쟁으로서가 아니라 흉측하기 이를 데 없는 ‘형수 욕설’ 때문이 아니었을까? 4개의 전과를 가진 국회의원·야당 대표라는 점도 대단히 특이한 이력이다. 게다가 그는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족쇄를 벗으려고 그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개딸’로 통칭하는 극렬지지자들을 휘몰아 정부·여당은 물론 사법부까지 압박한다. 자신에 대한 사법적 징벌을 엄두조차 못 내게 하겠다는 압박·위협 전략이다.
정글 속 포식자 생리 드러내는 정치
당 대표가 지속해서 위기 어필하는데 충성심 넘치는 추종자들이 어떻게 정치 본령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모두가 이 대표 구출을 위한 특공대가 될 수밖에! 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을 투명정당 취급하면서 조국혁신당 등 나머지 정당들의 지원 혹은 응원 속에 법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고 있다.
의회의 의의는 서로 이념과 정책을 달리하는 정당들이 진지한 논의와 설득 양보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는 데 있다. 그래도 안 되면 최후적 의사결정 수단으로서 다수결 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민주당 이 대표는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결이 원칙”(5월 31일 최고위원회의)이라며 ‘법대로’를 주문했다. 반대하고 나서는 정당과는 협의할 것 없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라는 지시였다. 이것이 ‘이재명식 민주주의’다.
민주당은 포퓰리즘 법안, 특검안, 탄핵안, 국정조사 안을 그야말로 양산하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국회나 이번 국회에서 재의를 요구한 법안도 다시 발의해 통과시키는 입법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3명과 직무대행 1명에 대해 탄핵을 발의하는 식의 정글 속 포식자 생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소추안 국회 통과 이전에 사퇴했고 이진숙 위원장은 헌재의 결정을 받아보겠다며 직무정지를 감수하는 쪽을 택했다. KBS 이사진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구성했으니 사퇴할 까닭이 없어진 것이다. 탄핵소추 남발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가 되기도 했고….
이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을 발의한 것은 치사함의 극치다. 특검 발의도 2개월 동안 9건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채 상병 특검법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은 두 번째 발의됐다. 민주당은 이들 2개 특검법과 ‘해병대원 순직 은폐 등에 대한 국정조사’는 기어이 해치울 태세다.
제1야당의 무모한 대의제 파괴 작태
이런 게 바로 포퓰리즘 정치의 단면이다. 민주당은 대중추수주의로서의 포퓰리즘뿐만 아니라 대중 선동적 포퓰리즘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계속 포퓰리즘 법안들을 양산하면 그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잦아지고 민심 이반의 부담도 커진다. 이런 계산 하에 벌이는 제1야당의 무모한 대의제 파괴 작태다.
이 당 사람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공공연히 입에 올린다.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에서까지 압승을 거두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추억에 젖어 들게 되는 모양이다. 입맛을 다실만하다. 이 대표에게, 사법부의 유죄판결이 나기 전에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를 벤치마킹하는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사법부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성은 없을까? 힘을 너무 과시하면 그 반작용이 자신을 덮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대표의 친위대 노릇을 하면서 마구잡이 입법·탄핵·특검·국조 안을 쏟아내는 민주당 의원들의 세비를 왜 국민 세금으로 주는지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된 것 아닐까? 국회의원의 세비가 연간 1억 57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의원과 의원실에 대한 각종 지원비, 보좌진 8명과 인턴 1명에 대한 보수 등을 다 합하면 연간 7억원 넘는 돈이 국회의원 유지비로 들어간다.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 대표를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왜 국민 세금으로 보수를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당 대표의 사병 노릇이나 하면서 민주정치를 퇴행시키는 국회의원을 저렇게 많이 둘 필요가 있는지도 진지하게 논의해볼 때가 됐다.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이고, 이들에 대한 추방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사법부는 재판을 통해 범법 의원을 추방할 수 있지만 행정부는 의원의 반대의제 행패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삼권분립이 ‘견제와 균형’의 원칙 위에 성립되는 것이라면 국회의 탄핵소추권, 해임건의권에 상응하는 권한을 정부에도 부여하는 게 옳다. 그걸 위해 의원내각제가 소망스럽다면 이를 위한 개헌도 생각해봄 직하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따위의 권력 강화 및 장기화 유혹엔 휘둘리지 말고!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