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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내선 개통 첫 출근길 "시간 단축됐지만 휴대전화 볼 수 없을 정도의 인파" [데일리안이 간다 73]


입력 2024.08.13 05:03 수정 2024.08.13 05:03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10일 8호선 암사역~별내역 12.9㎞ 구간 별내선 공식 개통…남양주·구리시 택지개발지구 지나

시민들 "강남역·잠실역까지 시간 단축됐지만 휴대전화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 꽉 차, 정신 없어"

서울시 "전동차 증차가 근본적인 해결 방안…경기도·국토부와 논의 중이지만 최소 1년 걸려"

전문가 "환승구·출구 표지 더욱 개선하고 무정차 통과도…호차별 혼잡도 고지 시스템 도입해야"

지난 10일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이 개통됐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이 개통되면서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 등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이동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하철 혼잡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환승구와 출구, 전동차 내 승객 밀집 상황 등을 이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 지하철역 내부의 혼잡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8호선 암사역에서 별내역까지 12.9㎞ 구간에 건설된 별내선은 지난 10일 공식 개통됐다. 이 구간에 암사역사공원, 장자호수공원, 구리, 동구릉, 다산, 별내 등 6개 역이 신설됐다. 남양주·구리시 내 택지개발지구를 지나며 경춘선(별내역)과 경의·중앙선(구리역), 5호선(천호역), 2호선(잠실역), 9호선(석촌역), 3호선(가락시장역), 수인분당선(복정역) 등 다양한 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춘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통 후 첫 평일 출근길을 맞이한 12일, 데일리안도 오전 7시 45분쯤 별내선의 시점인 별내역에서 8호선 지하철에 탑승해 봤다.


별내역 내부의 모습. 출근을 앞둔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별내역 안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탑승구 앞에서 만난 시민 김진규(38)씨는 "이곳(별내)에서 매일 강남으로 출근한다. 별내선이 생기기 전까지는 광역버스를 이용하거나 경춘선을 타고 출근했다"며 "별내선을 타고 출근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혹시 몰라 평소와 비슷하게 나왔는데 도착 예정 시간을 찍어보니 이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더라"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별내 인근의 주민들이 서울 강남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기본 요금(1400원)의 2배인 2800원의 요금을 지불하고 광역버스(2000번)에 탑승해야 했다. 지하철을 탄다면 별내역에서 경춘선에 탑승한 뒤 상봉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야 했다. 두 노선 모두 강남역까지 1시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별내선이 개통되면서 8호선으로 잠실역까지 이동한 뒤 2호선으로 한 번만 환승하면 45분 만에 강남역에 도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일 잠실역으로 출근한다는 시민 권모(45)씨는 "비싼 광역버스를 타거나 배차 간격이 긴 경춘선을 타지 않아도 돼 편리하고 만족스럽다"며 "무엇보다 한 번에 잠실까지 갈 수 있어 너무 좋다. 시간도 많이 줄어들어 아침에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12일 오전 8시쯤 별내선 내부에는 출근하는 시민들로 가득차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그러나 예상보다도 훨씬 혼잡한 지하철 내부 상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한 모(43)씨는 "구리역을 지나면서부터 사람들이 늘더니 암사역사공원역를 지나면서부터는 휴대전화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찼다"며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별내선 개통 초기인 만큼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사실 혼잡도 문제는 별내선 개통 전부터 제기돼 왔다. 서울시는 지난달 별내선 지하철 역사 혼잡을 줄이기 위해 예비 열차 2대를 평일 출근 시간대에 투입하고 하루 292회인 평일 기준 총 운행 횟수도 324회까지 최대 32회 늘렸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시는 경기도, 국토부와 전동차 증차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입장 차이로 인해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전동차가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도시철도과 관계자는 "전동차를 증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어서 경기도,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각자 입장 차이로 인해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나온 상황은 아니다"며 "협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전동차 한 대를 새로 만드는데 3~4년이 걸린다. 운행하지 않는 예비 열차를 개조한 뒤 안전 테스트 등을 거쳐서 8호선에 투입하는 방안도 있는데 이 역시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선영헌 서울교통공사 잠실역장은 "오는 16일까지 출퇴근 시간대에 8호선 구간 내 환승역인 천호·잠실·석촌·가락시장역 안에 안전관리 인력 수십명을 배치해 통행 혼잡도를 낮출 것"이라며 "일주일간 상황을 분석한 뒤 16일 이후에는 수요에 맞는 안전관리 인력을 역사 내 곳곳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오전 8시 20분쯤 2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잠실역 내부의 모습. 역사 내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나와 수신호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와 관련해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협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역사 내의 인파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인지심리학적인 측면을 고려한 환승구·출구 안내 표지가 잘 갖춰져야 한다. 또 각 역에서는 인파의 유입 상황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며 지하철 내 혼잡도가 심각한 경우 무정차 통과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기관사와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하철 승·하차 시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밀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동양대 철도경영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승하차할 수 있는 곳을 다각화하면 좋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호차별로 혼잡도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 이를 역사 내 곳곳에 배치해 비교적 덜 혼잡한 구역으로 승객들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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