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우주 땅따먹기'까지 대비하는 미국…한국은?


입력 2024.09.08 06:00 수정 2024.09.08 09:0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우주는 지구 안보·번영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전쟁·경제 영역"

한 전시회에서 지구를 보여주는 전시물 근처에 서 있는 방문객(자료사진) ⓒAP/뉴시스

우주를 무대로 한 선진국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우주 역량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기술적 효용을 넘어 안보 측면에서도 우주가 갖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얀 오스버그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엔지니어는 지난 6일 서울 한 호텔에서 공군이 주최한 '제26회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우주 정책 및 전략은 민간과 군사적 노력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포괄한다"며 "통신에서 농업에 이르기까지 삶의 방식을 어떻게 강화하는지, 우주 활동을 위한 기술 개발로 지구에서 혁신을 촉진하는 방법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오스버그 선임엔지니어는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그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우주는 지구 안보와 번영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전쟁과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설인효 국방대학교 교수는 군사적 측면에서 다영역 작전 개념을 언급하며 "우주 공간이 '전통적 공간'만큼, 심지어 그 이상 중요한 공간으로 부상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작전의 상위 수준뿐만이 아니라 여단급의 작전·전술 수준에서도 원활하게 전자전· 사이버전 특히 우주전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느냐가 전승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례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군사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지해공은 물론 사이버 공간과 우주까지 관여할 수 있는 '다영역 임무 부대'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군은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ASTI)와 함께 지난 6일 서울 한 호텔에서 제26회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공군사관생도 외국군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듣고 있는 모습. ⓒ공군

우주 공간의 중요성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관련 규범이나 규칙은 마련돼 있지 않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오스버그 선임엔지니어는 "전략적 이유로 (우주에서의) 궁극적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함께 '전체주의 경쟁국(totalitarian competitors)'의 가치보다는 '자유 국가(free nations)'의 가치를 반영하는 선례를 만들고 행동 규범과 규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대체하는 우주 강국'을 목표로 삼은 중국이 지구 근접 영역 탐사는 물론, 경제적 개발 관련 장기 전략까지 시행 중인 만큼, '자유 세력'이 연대해 우주 관련 규칙·규범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우주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달 '자원' 확보 경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스버그 선임엔지니어는 "달의 물, 얼음은 인류가 태양계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연료"라며 "현재 기술로는 달의 남극 근처, 비교적 소수의 장소에서만 효율적으로 채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태양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달 남극 일대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해야 한다며 "제한된 부동산으로 인해 우주 진출국과 다국적 기업 같은 비국가 행위자가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보안상의 이유로 해당 위치 근처에서 경쟁적인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국경'에서의 안보, 경제 활동, 궁극적으로 영구적인 인간 정착지를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해 행동 규범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韓 우주력, 안보 전략 차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 인식해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미국과 우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우리나라는 우주항공청 발족, 미국 나사(NASA) 추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 등 우주 관여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설 교수는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주 분야에서의 군사력, 우주력 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집중해 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기초 과학 기술에 대한 문제, 인재 양성에 관한 문제가 있다. 우주항공청이 출범했지만, 앞으로 더 촘촘하게 국가 전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을 발전시켜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질서를 생각할 때 우주 기술·산업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 '힘의 우위'를 보장하고,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 우주력이 안보 전략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주도 국제질서가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위협을 받는 가운데 미래 가치가 집약된 우주 공간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존재감을 갖느냐에 따라 국제질서 향배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