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판결문, 언제까지 돈 내고 봐야 하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508]


입력 2024.09.13 13:26 수정 2024.09.13 13:43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판결문, 헌법 조항에 따라 공개원칙이지만…대부분 제한적 공개, 열람 수수료 따로 지불해야

법조계 "개인정보 보호 이유로 과도한 비(非)실명화 작업…구시대적 행정, 시대 못 따라가"

"법원 예산 및 인력 부족 고질적 문제도…판결문 열람 서비스 서버 확충 위한 지원 마련 필요"

"국민의 공공데이터, 법원 재산 아냐…중요한 개인 정보 제외하고 판결 제한 없이 공개돼야"

ⓒ게티이미지뱅크

헌법에 따라 공개가 원칙인 판결문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대부분 제한적으로 공개되거나 열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선 부족한 법원 예산과 구시대적 비실명화 작업에 따른 정보의 제한적 공개가 문제라며 충분한 예산 확충과 전자화된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판결문 보유 여부가 정보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현재 '종합법률정보시스템'과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를 통해 인터넷으로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 종합법률정보시스템은 무료로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으나 대법원이 선례적 가치를 인정한 일부 판결만을 공개하고 있다. 판결문 공개 비율을 확대하라는 요구에 따라 2019년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건당 수수료 1000원을 결제하면 비실명 처리된 확정 판결문을 열람·출력할 수 있다. 다만 공개되는 판결문의 범위는 2013년 이후 확정된 형사 사건 판결문과 2015년 이후 확정된 민사·행정·특허 사건 판결문으로 제한됐다.


문제는 하급심을 거쳐 대법원 선고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와 변호인 측이 선례를 참고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하급심의 지나치게 소극적인 판결문 공개 방법 탓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판결서 열람 서비스에서 검색할 수 있는 기간은 2년으로 제한되며 판결문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미리보기 글자 수도 제한되는 까닭이다. 법원행정처는 "판결서 열람 서비스에 제한을 둔 것은 시스템 부하를 예방하기 위함이다"며 시스템 개선을 위해선 예산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개인정보 보호 목적을 이유로 과도한 비실명화에 따른 정보의 제한 공개가 가장 큰 문제이다"며 "판결문 뿐 아니라 형사사건의 피의자 신문조서나 증거기록 열람복사도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고 개인정보를 사람이 일일이 지우는 구시대적 비실명화 작업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어 "사회는 정보화되고 전자화되고 있지만 사법부의 행정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AI의 도입을 통해 전자화된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판결문을 유료로 제공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법원의 고질적 예산 부족 문제로 보여진다. 판결문 열람 서비스의 서버를 확충하고 비실명화를 위한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있는 만큼 충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판결문 보유 여부가 정보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국민의 공공재산인 판결문을 법원의 재산이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중요한 개인정보를 제외한 법리적 부분은 제한 없이 공개해야 한다. 정보가 하나의 권력이 되는 시대에 사법부가 과도하게 정보를 쥐고 있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각급 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은 미리 선공개를 하거나 결정 요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판결문이 무분별하게 공개되었을 때 위변조 가능성도 있고 대법원 계류 중인 사건의 하급심 판결문이 공개된 이후 결과가 뒤집어지면 이미 공개된 판결문에 오류가 있는 상태에서 유통될 수 있다"며 "특히 형사의 경우 상급심 확정 전 열람이 되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고 대법원에선 원칙이 아닌 사회적 여론에 따라 판단을 하게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판결문 공개에 앞서 확정되기 전 판결문 공개에는 좀 더 신중해야 하고 항소·상고 포기 등으로 이미 확정된 판결의 경우에는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식으로 공개하고 판결문 검색 요건도 간이화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조계에 물어보니'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