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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30년 친북적 통일운동의 파산


입력 2024.10.01 07:10 수정 2024.10.01 07:11        데스크 (desk@dailian.co.kr)

친노·친문 통일문제를 고리로 결집 시도

임종석 행동의 동기와 배경은 북한에 있었다는 뜻

친북적 통일운동, 첫째, 북한이 정통 둘째, 北 통일 주도권

셋째, 못살지만 통일에 관한한 절대로 동요 않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지난 9월 19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통일하지 말자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일단 정치적 맥락에서 그의 돌출행동을 평가할 수 있다. 가령 친노·친문을 통일문제를 고리로 결집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보기에는 첫째. 우군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원, 정동영 전 장관의 동의도 제대로 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반응, 주요 정치세력의 반응도 싸늘하다.


둘째. 과정도 문제였다. 굳이 통일하지 말고 평화를 주된 의제로 두 개의 국가로 남아 있자는 주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세를 넓혀 왔다. 따라서 다양한 토론을 통해 점진적으로 제기했다면 설득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요하게 언급하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치적으로 포장했다.


셋째. 시점도 문제였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요 배경으로 하여 논지를 이어갈 거라면 올 3월 정도 그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거나 북한의 대남 제의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어야 했다.


임종석의 행동은 국내정치판을 고려한 용의주도한 처신이라기보다는 적대적 두 국가론이라는 낯선 화두를 부여안고 급히 숙제를 이행하려는 학생처럼 보였다. 결국 임종석의 행동의 동기와 배경이 북한에 있었다는 뜻이다.


30년 전 새로운 질감의 통일운동이 성장했다. 이 통일운동은 89년 3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임종석과 그해 북한에 파견된 임수경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주로 학생운동을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이를 친북적 통일운동이라고 한다면 친북적 통일운동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남과 북 중 북한이 정통이다. 둘째는 북한에 통일에 주도권이 있다. 셋째는 북한은 가난하고 못살지만 통일에 관한한 절대로 동요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남한은 친일파가 세운 나라이고 북한은 항일무장투쟁 세력이 세운 나라라는 발상은 해전사(해방전후사의인식)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고 둘째. 통일을 위해서는 선차적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에 기반하고 있으며 셋째. 객관적으로 남북 체제 대결에서 북한의 현저한 열세에도 북한 신화가 유지되는 기저의 힘이었다.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이다. 북한이 가난하고 못살지만 통일에 관한한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만 다른 두 가지도 작동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친북적 통일운동은 사상과 노선이 아니라 신념과 믿음에 기초한 정서적 공동체였다고 할 수 있다.


노래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사파의 모든 노래는 조국통일을 지향하고 북한과 김일성은 조국통일의 구심으로 형상화된다. 윤민석이 작곡한 백두산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 우리들의 백두산으로

신선한 겨레의 숨소리 / 살아 뛰는 백두산으로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 만주벌판 말을 달리던

투사들의 마음의 고향 /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여기서 백두산은 김일성을 상징한다. 만주벌판 또한 김일성이 항일무장 투쟁을 했던 동만주를 말하는 것이다. 노래 백두산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백두산이여 꺾이지 않을 통일의 깃발이여~~


김일성과 북한은 어떠한 난관과 시련에도 변치 않는 조국통일의 상징인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주사파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인도 중부에서 마오주의 게릴라 부대가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바 있다. 소련이 망한지 4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상과 노선은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필자는 그것은 심리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에 콘라트 효과라는 것이 있다. 콘라트 교수가 발견한 것으로 오리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을 자기 엄마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처음 보면 강아지를 어미처럼 따른다는 것이다.


주사파 또한 마찬가지다. 주사파는 북한이 정통이고 북한의 요구에 순응해야 하며 북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사상이론적인 차원을 넘어 심리. 무의식의 영역에서 작동한다.


작년 12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나왔을 때 임종석의 반응이 그랬을 것 같다. 1차로 통일을 하지 말자는 북한의 주장에 심리적 타격이 가해졌을 것이다. 이것은 주사파의 핵심 감정, 북한은 절대로 통일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데미지를 입혔다. 여기까지는 사상이론적인 영역이다. 주사파는 심리학. 무의식의 영역에서 작동한다.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음에도 북한에 대한 믿음이 유지되고 이윽고 북한을 옹호해야 한다는 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내 정치적 요인이 고려되지 않은 돌출적인 행사와 발언이 있게 된 배경이다.


그런 면에서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진보 진영이 다시 한 번 평양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척했던 것을 갑자기 깨달은 것도 이상한 모습”이라고 지적한 것은 매우 적절한 평가이다.


만약 임종석이 북한과 별개로 독자적인 생각과 신념을 갖고 있었다면 통일을 포기한 북한이 틀렸고 자신만이라도 통일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어야 한다. 그의 주장처럼 평화공존 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면 북한과 무관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임종석은 북한이라는 족쇄를 끊지 못했고 북한과 연관해서 자신의 거취를 증명하려 한 것이다. 이것은 자연인 임종석이 아니라 지난 30년간 유지되어온 친북적 통일운동의 본질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임종석의 최근 발언은 친북적 통일운동의 파산을 알리는 신호와 같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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