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선 패배 후 탄핵발언 수위 상승
'자체 탄핵안' 마련에 '장외 여론전' 방침도
정치권 "옅어진 존재감 키우기 위한 의도"
조국혁신당이 '윤석열정권 탄핵 쇄빙선'을 이전보다 강하게 정비하는 모양새다. 10·16 재보궐선거 패배 분위기를 전환해 옅어진 존재감을 극복하고, 더불어민주당보다 강한 수위의 탄핵 드라이브를 통해 정치적 선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재보선 이후 처음 열린 탄핵추진위원회의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 자격없는 김건희 씨의 '대통령 놀이'를 끝장내자. 불의하고 무능하고 무도한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은 탄추위를 당원과 국민이 혁신당에 정해준 사명으로 규정한 뒤, 지난 7월 25일 출범시켰다. 탄추위는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윤석열정권 퇴진 △하야 △탄핵 가운데 주로 탄핵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 정권을 향한 혁신당의 발언 수위도 재보선 전보다 강해진 분위기다. 탄추위 출범 이후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무도하고 무능한 정권의 말로를 보여주겠다"거나 "데드덕을 넘어 좀비덕이 됐다"는 수준의 비판을 가하던 혁신당이었다.
그러나 재보선 이후부터는 아예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리는 것은 우리의 삶과 나라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라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결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인용해 "김건희 씨의 대통령 놀이를 끝장내야 한다"는 등 비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혁신당은 이전보다 더 강한 탄추위를 가동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탄핵을 추진해 나아갈 것"이라며 "그간 탄추위에서 혁신당의 발언 수위가 10점 만점 중 '5점' 정도 됐다면, 앞으로 그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정권의 탄핵사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탄핵소추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혁신당이 현재까지 제시한 탄핵 요건은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대통령의 지위·권한을 남용하거나 국가기관 및 조직을 동원한 것(채해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공직자가 아닌 자의 의견을 비밀리에 국정에 반영한 것(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이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혁신당은 법적 탄핵 요건이 충족됐는지 정밀하게 확인하고, 탄핵소추안을 빈틈없이 준비해서 국회 의결과 헌법재판소에서의 인용 결정을 끌어내는데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혁신당은 오는 26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검찰 해체·윤석열 탄핵 선언 대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장외집회는 혁신당 자체 행사로 그칠 공산이 크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당내 일부 의원들에 대해 '개별 행동'이라고 선을 그어온 탓이다.
민주당도 내달 2일 이재명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장외집회를 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탄핵 집회이자 같은 달 중순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둔 방탄 집회라는 평가를 내놓지만, 민주당은 김 여사 규탄을 위한 범국민대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특정 성향 시민단체의 대거 참석이 예정된 만큼 현장에서 탄핵 발언은 자연스럽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탄추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초역 장외집회는 혁신당의 자체 집회로 수도권 당원을 포함해 전국 당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할 예정"이라면서도 "민주당도 11월 2일 유사한 단독 집회를 한다는데, 아직 우리 당에 (집회 참여) 협조 요청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혁신당의 한층 강해진 탄핵 발언은 재보선 패배 이후 옅어진 당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의지"라며 "당의 가치를 높여야 인재들이 몰려들고, 인재들이 들어와야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과 경쟁을 하든 단일화를 하든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