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트럼프 리스크…K-배터리 대응책은

트럼프, 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 검토…AMPC 폐지는 가능성↓

K-배터리, 단기간 내 투자 축소 없을 전망…선 수주 후 생산 구조

수요처·폼팩터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시장 대응 방침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각 사 공장 및CI. ⓒ박진희 데일리안 그래픽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되면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기)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큰 혜택을 보고 있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까지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시장에 대응하는 한편, 투자 속도 조절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미국의 보조금 관련 정책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고, IRA가 없어도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은 유효한 일인 만큼 전체적인 투자 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추진 움직임에도 AMPC 관련 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연동되는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 초 시작된 캐즘이 장기화되면서 이미 실적 부진을 겪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타격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인한 캐즘 장기화가 우려된다면서도, 예상 시나리오 안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큰 변화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기존에도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가 계속 유지되진 않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엄포가 아닌 실제로 IRA 폐지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AMPC 폐지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자국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는데 AMPC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실제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로 인한 투자가 공화당 집권주에 집중돼 있으며 공화당 의원과 의장은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트럼프 정부 출범이 캐즘의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신규 투자나 미래 투자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서거나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실질적인 투자 집행 시기를 늦추면 분기, 연간 단위별 투자액을 줄여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올해 분기별 실적에 기존 계획보다 축소된 투자계획을 반영하며 실적이 크게 하락하는 것을 막았다. SK온의 경우 3분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투자계획 자체가 틀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배터리 업체들의 입장이다. 배터리 사업은 선 수주를 받고 생산을 하는 구조라, 완성차 제조사 쪽에서 계약을 취소하지 않는 한 IRA 폐지 여부만을 가지고 투자 계획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IRA 발표 이전에 미국 내 투자를 결정한 상태라 IRA에 따른 수혜는 목적이 아닌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국내 배터리사들의 투자 결정은 북미 시장 성장성을 보고 추진됐다”면서 “IRA 시행으로 더 공격적인 투자는 했을 수 있지만, 인과관계상 IRA가 폐지되거나 AMPC 수령이 까다로워져도 현재 진행 중인 투자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의 전기차 관련 지원책 축소에 따른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전기차 외 수요처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우주·로봇 등으로도 폭넓게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매진하고 있는 SK온은 폼팩터나 케미스트리 다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