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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0만원 넘는 '키 크는 주사', 부작용 심각…"부모 조바심에 무분별 처방" [데일리안이 간다 98]


입력 2024.11.20 05:01 수정 2024.11.20 05:01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최근 5년 간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건수 3.45배 증가…부작용 건수도 4년 사이 3.7배 늘어

두통 등 신경계 장애, 두드러기 등 피부 조직 장애, 발작과 실신 등 신경계 장애…대표적인 부작용

전문가 "성장호르몬 주사, 결핍 앓고 있는 아이들에겐 효과 있지만 일반 아이들에겐 효과 전무할 수도"

"부모들의 조바심때문에 저신장 아닌 아이들도 맞는 추세…올바른 식습관과 수면, 운동이 더 중요"

서울 강남구 일대에 있는 성장클리닉 홍보 간판.ⓒ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에도 일명 '키 크는 주사'라 불리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자녀들에게 맞히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자녀들의 키가 조금이라도 더 컸으면 하는 부모들의 바람에 성장호르몬 결핍이 아닌 일반 아이들에게까지 처방 사례가 늘면서 부작용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조바심 때문에 저신장이 아닌 아이들도 성장호르몬 주사를 무분별하게 맞다 보니 부작용 위험률이 커지고 있다"며 "올바른 식습관과 수면 습관, 적절한 운동이 자녀 성장에 더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아성장약품 처방 현황 자료를 보면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건수는 2022년 기준 19만건으로 2018년 5만5075건 대비 3.45배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최근 5년간 10~14세에 대한 처방이 38만3331건으로 절반 이상(55.1%)을 차지했다. 5~9세가 40.0%(27만8355건)로 뒤를 이었다.


성장호르몬 주사의 처방 가격은 나이나 체형별로 다른데 20kg 미만 기준은 연간 500만 원 정도이고 초등학교 5학년 정도면 1년에 1000만 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고가의 성장호르몬 주사이지만 무분별한 처방이 늘면서 부작용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제 관련 부작용 건수는 2019년 436건에서 2023년 1626건으로 4년 만에 3.7배 늘었다. 이 중 영구 장애나 사망에 이른 중대 부작용 건수도 지난해 113건에 달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두통 등 신경계 장애, 두드러기 등 피부 및 피하 조직 장애, 발작과 실신 등 신경계 장애, 말단비대증, 척추 측만증 등이 있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일 데일리안은 아이들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해 준다는 서울 강남구 일대의 성장클리닉을 찾았다.


A성장클리닉은 이날 오전 11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진료 대기 중인 학부모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1.5km 정도 떨어진 B성장클리닉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 오 모씨는 "저랑 남편 모두 키가 큰 편이 아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인데 반에서 작은 편에 속한다"며 "성장호르몬 주사가 비싸긴 하지만 숨은 키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180cm까지는 욕심이고 그 언저리만 돼도 만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씨는 "(자녀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한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또래보다 키가 작아 성장클리닉을 찾았다"며 "하루라도 어릴 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효과가 좋다고 해서 회사 연차를 내고 왔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물론 성장호르몬 주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학부모도 많았다. 홍모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키가 작아 고민이던 와중 성장호르몬 주사를 알게 됐다"며 "처방을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부작용 사례를 보니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수요일과 목요일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불가’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연합뉴스

조진영 웰봄병원(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요즘 들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초등학교 1~4학년 학생들이 많이 오고, 만 4세부터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이 가능하다"며 "성장호르몬 결핍을 앓고 있는 아이들한텐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지만 일반 아이들에겐 아무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정도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한 뒤 이 기간 동안 4cm 이상 크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판정해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원장은 특히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뼈가 빨리 성장하다 보니 척추 측만증이나 고관절 질환, 일시적인 당뇨병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런 부작용은 빈도가 굉장히 낮은 편이고 주사 치료를 중단하면 부작용 증상도 바로 사라진다"며 "그래도 부작용에 대해 의사와 충분히 논의하고 자녀의 증상을 체크하며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성장클리닉병원장 C씨는 "최근에는 부모들의 조바심 때문에 저신장이 아닌 아이들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추세이다.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다 보니 부작용 위험률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며 "성장호르몬 결핍을 앓고 있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올바른 식습관과 수면 습관, 적절한 운동 등이 자녀 성장에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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