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 추모식' 불참 통보에 "유감"
'사도광산 추도식' 잡음 끝 파행 결말에
"일본이 성의 보이도록 정부가 경고해야"
정작 이쿠이나는 '야스쿠니 참배' 안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한일관계가 난관에 봉착했다. 역사 문제를 두고 일본이 또다시 우리 정부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이해관계가 깊게 얽힌 일본과의 관계를 섣불리 단절할 수도 없어 정부의 외교 셈법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전날 일본 주최 '사도광산 추모식'에 불참 통보를 한 우리 정부는 25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에서 별도 추도 행사를 열었다. 추도식에는 우리측 유족 9명과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를 비롯한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 약 30명이 참석했다. 추도사 낭독과 묵념·헌화 등이 진행됐다.
우리 정부는 추도식 하루 전날인 지난 23일 추도식 불참 사실을 알렸으며, 외교부는 외교 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단 입장을 냈다.
일본 정부는 우리측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가 된 현 사태에 유감의 뜻을 표하며 오히려 책임을 우리 정부에게 돌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국 측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지역과 협력해 한국 정부와도 정중히 의사소통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일본의 뒤통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은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도 약속했던 강제노동의 역사 전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일본과의 긴밀한 협상의 끝도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이라는 결과를 맞으면서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안일했던 태도가 현재 결과를 불러일으켰단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군함도' 이어 '사도광산' 뒤통수
'한일관계' 새 뇌관 조짐 된 정부의 성과
정부가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던 당시 정부는 △일본의 조선인 노동자 전시 공간 별도 마련 △매해 추모식 개최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사도광산 전시 공간에 '강제성' 표현이 담기지 않았단 계속된 지적에도 조태열 장관은 "강제성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자부한 바 있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결과만 놓고보면 아쉽기 짝이 없다. 한일 간 긴밀한 협상을 해서 나온 결과가 '추도식 이행'이었다. 여기에 전시물을 남기는 것이었는데, 우리 정부도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며 "정부가 (일본에게) (사도광산의) 중요성을 제대로 설득 못한 것 같아 대단히 아쉽다"고 탄식했다.
이어 "일차적으로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것 치고, 일본의 성의가 너무 없었다"며 "일본 정부가 무신경하고, (우리 정부의) 뒤통수를, 배신을 때렸단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왜 이렇게까지 행동했는지 되짚어보면 교섭 당국에서 이 문제를 이제까지 안일하게 대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양국의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도 현재 상황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도 짚었다. 이 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잘 안됐으면 이렇게 된 건지 싶다"며 "일본은 우리의 결정에 대해 예측을 못했던 것 같고, 우리가 별도 행사를 하는 것도 일본과 협의나 논의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또 "사도광산 이슈를 둘러싼 한일 간 당국자의 대화라든지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며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렇다"며 양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다시 한 번 일본과 '역사 문제'로 얽히면서 협력 관계를 모색하던 한일 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교수는 " 불신이 생기면 과연 일본과의 협력이 가능하게 될 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한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일본에 대한 정부의 기조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지만, 일본에 대한 단호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 교수는 "한일 간 다시 역사 문제로 싸움을 시작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가하면 그렇진 않다. 큰 틀에서 보면 한일 관계가 지난해부터 개선이 됐는데, 지속가능한 한일관계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새 등장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공조를 끌고 가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전략적으로 협력을 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어 "이제 사도광산 이슈에 대해 다시 되짚어 무엇을 하기에는 어려워졌다. 내년부터는 좀 더 일본이 성의를 보여줄 수 있도록 경고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한일관계에서 갈등 사안들이 앞으로도 있을텐데, 그때마다 우리가 일본하고 긴밀하게 조율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나하나 한일관계를 체계적으로 관리를 해나가야 하는데, 엇박자가 나서 되겠느냐"라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략과 대응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화선된 이쿠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 그런 일은 없었다?
교도통신, 오보 사과 "한일 외교에 영향 미쳤다"…'엎질러진 물'
한편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의 직접적 도화선이 된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일본 외무성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참배 전력은 정작 '그런 일이 없었다' 쪽으로 결론 나고 있어, 이번 사태에 황당함을 더해주고 있다.
일본 최대의 뉴스통신사인 교도통신(共同通信)은 이날 자사가 지난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의원들의 명단을 보도하면서, 이쿠이나 참의원(현 외무성 정무관)이 참배했다고 보도한 것은 오보였다고 시인하고 이쿠이나 정무관과 니가타 현, 사도 시, 추도식실행위원회, 독자 등에게 공개 사과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교도통신 기자가 이쿠이나 정무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았지만, 이쿠이나 정무관 본인에게 확인 취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배 의원 명단'에 올라가는 실수가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신사 참배를 한 복수의 의원들도 "현장에 이쿠이나 참의원은 없었다"고 확인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추도식에 한국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이쿠이나 의원이 22년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코멘트했다"며 "한일 외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취재 본연의 자세를 포함해 재발방지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