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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계엄령] 유통가, 성수기 시작부터 악재...“고환율에 소비심리 침체까지”


입력 2024.12.04 10:40 수정 2024.12.04 10:43        최승근기자 (csk3480@dailian.co.kr), 이나영 기자, 임유정 기자

탄핵 정국 장기화 시 연말 특수 실종...외식 등 치명타

원재료 상승에 감시 느슨...연말 물가 인상 가능성도

작년 크리스마스 당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뉴시스

유통가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발생한 계엄령 사태로 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월은 블랙프라이데이에 이어 크리스마스, 연말, 연초, 설까지 이어지는 유통가 최대 성수기다. 연말 재고 소진을 비롯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며 마지막 매출 확보에 나서는 시기지만 성수기 시작부터 악재가 터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3일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4일 새벽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선 이후 현재도 1400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고공행진 했던 환율이 정국 불안으로 한 번 더 치솟게 되면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를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고조됐다.


특히 성수기 시작단계부터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소비심리 침체 등 대목이 실종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등 정국 혼란이 일었던 2016년 12월에도 외식업체 매출이 줄었다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당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외식업 연말 특수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외식업체 709곳 중 84.1%가 전년도(2015년) 12월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들 외식업체의 12월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자류 모습.ⓒ뉴시스
유통·식품·외식업계, 연중 최대 잔치에 찬물


유통·식품·외식업계는 고환율에 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연말 특수가 실종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돌입한 유통업계는 소비심리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으로 흘러갈 경우 씀씀이가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특히 크리스마스, 송년회 등 특수를 기대했던 외식업계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가뜩이나 치솟은 외식물가에 더해 특수마저 사라지면 연말 장사에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6시간 정도의 짧은 계엄 상황이었음에도 사회적 불안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입 식자재 가격 상승 우려와 불안 심리가 계속되어 연말 특수에 좋지 못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갑작스럽게 치솟은 환율에 떨고 있다.


수개월 전 계약을 통해 원재료를 들어오기 때문에 당장의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어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위기상황에는 시민들이 라면과 생수 등을 중심으로 사재기를 많이 하지만 장기화 될 경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당장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력 공백기 틈타 식품·외식물가 인상 가능성도


반면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도미노식 가격 인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정부가 민생물가 안정을 앞세워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권력 공백기에 들어서면 이 같은 안전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당시에도 식품을 비롯해 외식물가가 줄줄이 인상된 바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카카오, 커피 등 주요 원재료 인상으로 식품, 외식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여론의 눈치를 보고 저울질하고 있는 업체들도 연달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 제 1여객터미널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뉴시스
주요 국가들 한국 여행 주의...인바운드 여행 시장 축소 우려


연말과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은 여행업계는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보통 해외여행의 경우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는 상품을 취소할 가능성은 적지만 해외에도 들어오는 관광객 수요는 감소할 수 있어서다.


지난 밤 우리나라의 계엄령 소식이 해외에 전해지면서 각국은 한국 여행에 대해 자국민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잠재적인 혼란을 예상해야 한다. 평화 시위도 대립으로 변하고 폭력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시위 진행 지역은 피하라"고 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해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 공지를 주시해달라"고 당부했고 일본,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등도 주한 대사관을 통해 자국민들에게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도 “최근 환율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여행 소비 심리에 큰 위축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인아웃바운드 동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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