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17일 서울지방보훈청 방문하니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에 서울남부보훈지청 차량 주차
국가보훈부 "당연히 조치 사안, 주의해 달라고 권고할 것…강제성 없는 구역이다 보니 문제 발생"
"일단 내년까지는 전국적으로 조례 제정이나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 확산에 신경 쓸 계획"
시민 "솔선수범 보여야 할 곳에서 오히려 국민 속여…이런 주차 구역 있는 줄도 몰랐다, 홍보 부족"
서울시를 포함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는 국가유공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일상 속 예우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기관보다 국가유공자의 방문 비율이 높은 보훈청 직원들조차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데일리안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19일 데일리안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2월 전국 지자체에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 조례(안)'를 마련해 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말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제2조의 5' 조례를 개정하고 시 소유 공영·공공부설 주차장 114개소 704면에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획'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아닌 보훈부 산하에 있는 지방보훈청 등도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을 조성했다.
그러나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 조성을 놓고 즉각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국가유공자 중 고령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상이군경으로 파악되는데, 이들은 부상을 입어 전역한 군인·경찰관 등으로 장애 등급 판정을 받아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보훈부 산하 서울지방보훈청의 직원들조차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을 일반 주차구역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됐다.
지난 17일 오후 데일리안은 서울지방보훈청을 방문했는데, 당시 주변에 일반 주차 구역에 분명히 빈자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 출입구와 가까운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에는 서울남부보훈지청 직원의 차량이 버젓이 주차 돼 있는 게 목격됐다.
이와 관련해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당연히 조치해야 하는 사안이다. 서울남부보훈지청 직원들에게 주의해 달라고 권고하겠다"며 "유공자 우선주차구획은 강제성이 없는 구역이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일단 내년까지는 전국적으로 조례 제정이나 우선주차구획 확산에 신경 쓸 계획"이라며 "이후 정착 단계에 들어서면 미비점 등을 검토한 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보훈청 직원들의 차량이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에 주차 돼 있는 것을 본 시민 김진기(67)씨는 "본인들이 만들어 놓고 본인들이 안 지키는 건 도대체 무슨 짓인가"며 "솔선수범 해야 할 곳에서 오히려 국민을 속이고 있는 꼴이다. 우리나라 보훈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 한모(41)씨는 "이런 주차 구역이 있는 줄도 몰랐다. 무늬 좋게 만들어만 놓고 사실상 직원들이 독식하며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힐난하고, "홍보도 잘 안 돼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유공자 우선주차구획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안종민 국가보훈행정사무소 대표행정사는 "협소한 장소에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획을 만들어버리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만든 공간을 직원들이 이용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행정사는 "국가유공자 관련 정책을 홍보하지 않고 국민들의 인식 개선에 실패한 보훈부의 잘못이 가장 크다. 유공자 예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