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홍근, 정당법 개정안 대표발의
'대통령 파면되면 소속 정당은 후보 못 내'
사실상 이재명 홀로 대선 뛰겠다는 의미
되레 '이재명 불안감'의 반영?…설왕설래
탄핵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될 경우 치러지는 대선에 국민의힘은 대선후보를 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 '조기 대선'을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 홀로 뛰겠다는 의미의 법안이라, 발의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홍근 의원은 지난 14일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다.
이 개정안은 정당법에 제43조의3을 신설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외환의 죄 행위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된 때에는 대통령의 소속 정당은 이후 제일 먼저 후보자등록을 실시하는 선거(재·보궐선거는 제외)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우리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파면됐을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면 이후 가장 먼저 후보자등록을 실시하는 선거'란 대선일 수밖에 없다. 굳이 '대선에 후보를 낼 수 없다'고만 안했을 뿐, 사실상 대선에 후보를 낼 수 없게끔 하는 법안이다. 파면과 조기 대선 사이에 재보선이 끼는 경우가 불안했던지, 꼼꼼하게 '재보선은 제외한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국민의힘 당원이기 때문에 이 법안이 만약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통과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조기 대선'에 국민의힘은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묶이게 된다. 양당제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에서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게끔 한다는 것은 사실상 민주당 혼자 대선을 뛰겠다는 뜻이 된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홍근 의원은 "대통령이 내란·외환이라는 중대한 반헌법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됐는데도 소속 정당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소속 정당에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국민적 상식과 열망에 부응하는 일이자 내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견 '책임정치' 구현에 목적이 있는 것도 같지만, 민주당의 그간의 행적을 보면 그같은 설명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당은 소속 광역단체장 두 명이 거의 동시에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궐위가 되는 바람에 치러진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극심한 논란 속에서도 끝내 박영선·김영춘 후보의 공천을 강행했다가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이후 민주당은 '당원인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실시되는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스스로 삭제했다. 내달 12일 실시될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는 민주당 소속 이병노 담양군수가 유권자들에게 식사를 접대했다가 문제가 되자 변호사를 붙여주고 변호사비까지 대납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상실하면서 재선거가 치러지는데도, 이재종 후보 공천을 단행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소속 정당의 중대한 잘못으로 대선이 다시 치러진다면 2021년 4·7 보궐선거 때처럼 국민들이 알아서 표로 심판을 할텐데도, 민주당이 이러한 무리한 법안을 발의한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 후보의 출마마저 봉쇄한 상태에서 민주당 혼자 대선을 뛰어서 당선되겠다는 법안을 발의한 것에는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가 관련된 '이재명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지난 2017년 '탄핵 대선' 국면 때에는 민주당에서 이런 움직임이 없었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진작부터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당시 대선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4자 대결 구도로 치러졌는데, 대선 레이스 극초반 때부터 문 후보의 당선에는 큰 의심이 없었으며 관건은 문 후보의 과반 득표 여부, 홍 후보와 안 후보 중에서 누가 2위를 할 것이냐 정도였다. 그 때에는 민주당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선 출마를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없다.
반면 지금은 초유의 비상계엄령 발동에 따른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국면인데도 이재명 대표가 간판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정당 지지율이 대동소이하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가 공동으로 지난 10~12일 무선 100%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되레 국민의힘(38%)보다 2%p 낮았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 유력시되는 상황인 탓인지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 사이에서도 큰 격차가 나지 않았다. 정권교체는 47%, 정권재창출은 42%였다. 격차 5%p는 오차범위 내의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2017년 첫 탄핵 대선 때와는 달리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반드시 당선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로는 필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스스로의 불안감이 결국 법으로 국민의힘은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무리수로 귀결됐다고 본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