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친중 이미지 희석하며 몸집 키우기
'친중·반미' 이미지 돌파 노력 효과 있나
설 연휴 이후에도 민주당 지지율 위기 심화
李 '분장술 외교' 역효과 돌아올 수 있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동맹지지결의안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는 등 친중 이미지 희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에 맞춰 한미동맹 강화·우클릭 겨냥 행보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키워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급격한 방향 전환이 지지율 위기가 심화한 것과 맞닿아 있는 데다, 그간 기조와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리더십 최대 리스크가 '외교'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이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의 강화, 전략적 경제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를 맞아 한미동맹의 강화, 전략적 경제파트너십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변함없는 무역과 투자 파트너로 자리 잡도록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주요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가 아니냐"라면서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행보는 이 대표가 극복하고 싶은 '친중·반미' 이미지 돌파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맞아 돌연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했다. 해당 발의안은 김병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170명의 민주당 의원 가운데 이 대표 등 민주당 소속 의원 82명만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지난 22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조셉 윤 대사대리를 만나 탄핵 정국 속에서도 한미동맹은 굳건히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치권에선 만약 이러한 행보가 혹시 진정성이 없는 것처럼 비쳐진다면 오히려 단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은 트럼프 취임식에 사절단으로 참석하는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위원 3명을 제외하고, 미국 출장을 신청한 의원들에게 출국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의힘에서 사절단 외 다수 의원이 외교 라인을 만들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때인 2016년 페이스북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군사적 측면에서 한국의 적성국(敵性國)이라고 언급한 바 있고, 지난 2021년 대선 출마 당시 고향 경북 안동에선 '미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해 총선 당시에는 충남 당진 유세에서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비판하며 "왜 중국에 집적거리느냐. 그냥 '셰셰' 이러면 된다"고 말해 야당으로부터 대중 굴종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하게 '우클릭'이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지만, 진정성 있는 외교 전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외교 리스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 대선 전 우리나라와 일본은 대미 행보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일찍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예견해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트럼프를 접견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왔지만, 우리의 외교 전략은 상대적으로 부재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지난해 9월 트럼프는 유세 연설에서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한국과 독일·중국을 겨냥했지만, 일본은 제외했다. 견제대상에서 빠진 일본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트럼프 정부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셈이다.
이러한 국면은 차기 대권주자인 이 대표에게는 자신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지만, 역으로 실기한다면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외교·안보에 있어서 '흑묘백묘론'까지 불사하며 과감한 변신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설 연휴를 지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이 대표 본인의 지지율에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고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44%, 국민의힘은 41%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이 지난 1월초 공개한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4%p 감소한 반면, 국민의힘은 12%p 상승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SNS(소셜미디어)에 "설 명절 현장 민심은 줄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킨 것도 모자라 대통령 탄핵에 이어 권한대행 탄핵까지 감행하며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정을 농단하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분노였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대외적으로는 급변의 시대"라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각국의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지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엊그제 중국에서 발표된 딥시크(Deep Seek)는 다가올 AI(인공지능)시대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과학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갈 길이 참 멀다. 세계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패권경쟁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이 순간에도 희망을 놓지 않은 채 땀 흘리고 있는 우리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