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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트럼프 정부 첫 비난…김정은, '북미대화' 노린 美 압박?


입력 2025.02.03 14:21 수정 2025.02.03 14:22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北, 美국무장관 '불량배국가' 발언에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간주"

"북, 트럼프 행정부 언행에 예의주시…

북미 정상회담 성사 위한 전제조건 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재로 지난 27일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달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비난 메시지를 내며, 우회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시시각각 반응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미국 압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의 '불량국가' 언급을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장관 루비오라는 자가 어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미(美)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열거하던 와중에 우리 국가를 그 무슨 '불량배국가'로 모독하는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미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의 적대적 언행은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계기가 되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 언론인 메긴 켈리와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중국 그리고 어느 정도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고, 이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rogue states)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중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도 그는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칭한 바 있다.


대변인은 "외무성은 주권국가의 영상(이미지)을 함부로 훼손하려 드는 미 국무장관의 적대적 언행을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으로 하는 국제법적 원칙에 전면 배치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간주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배격한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늘 적대적이었고 앞으로도 적대적일 미국의 그 어떤 도발행위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나와 같이 그에 상응하게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했으며, 2일에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의 한국 무기 지원·판매를 비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외무성 담화는 대미 비판 성격을 가지면서도, 체제 훼손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언행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지금 김정은 정권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번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압박의 의미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양 교수는 "북한이 대북 강경 입장을 가진 루비오 장관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북미 협상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번 담화는 미국에 대한 북한 정권의 깊은 불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간접적인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루비오 장관과 같은 인물의 대북 적대적 발언이 먼저 중단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대미 메시지와 유사한 것으로도 평가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강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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