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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향기’ 한일전까지 똑 닮았던 피겨 역전 금메달 [하얼빈 동계AG]


입력 2025.02.14 09:41 수정 2025.02.14 15:47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차준환-김채연, 동계 아시안게임 최초 남녀 싱글 금

과거 김연아도 일본의 집중 견제 이겨내고 정상 등극

남녀 싱글 금메달을 획득한 차준환, 김채연. ⓒ 뉴시스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사상 첫 남녀 싱글 동반 금메달의 성과를 이뤘다.


차준환과 김채연은 13일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녀 여자 싱글 부문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은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싱글 부문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안기며 피겨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김채연 또한 지난 2017년 삿포로 대회 최다빈에 이어 한국 피겨가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과정도 극적이었다. 차준환과 김채연은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선보였으나 나란히 2위에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출전한 일본 선수들이 보다 수준 높은 연기력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한 번 빙판과 몸이 하나가 된 무결점 플레이가 이어졌다.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낸 차준환과 김채연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예상보다 높은 점수에 방긋 웃으며 키스&크라이 존을 떠났다.


운도 따랐다. 뒤이어 등장한 쇼트프로그램 1위인 가기야마 유마와 사카모토 가오리는 객관적으로 우승이 매우 유력했던 선수들이었다. 가기야마의 경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남자 싱글 은메달을 차지했고, 사카모토 또한 ISU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차지한 일본 내 최강자들이었던 것.


하지만 가기야마와 사카모토 모두 한국 선수들의 완벽한 연기에 혼을 빼앗긴 듯 나란히 점프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특히 가기야마는 3번이나 점프를 놓쳤는데 그 중 한 번은 엉덩방아를 찌며 자신의 장기를 살리지 못했다.


남녀 싱글 금메달을 획득한 차준환, 김채연. ⓒ 뉴시스

한국 피겨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여왕’ 김연아가 절로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2회 우승,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우승 등 현역 시절 최강자로 군림했던 김연아는 한국 피겨의 위상을 제고시킨 레전드다.


그렇다고 마냥 기뻤던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연아는 현역 시절 경쟁자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았는데 특히 일본의 선수 및 매스컴이 과도하게 흔들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아사다 마오와의 라이벌리 또한 유명하다. 동갑내기였던 두 선수의 관계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크게 조명됐고 중압감을 이겨낸 선수는 다름 아닌 김연아였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천재’라는 화려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끝내 김연아의 벽을 넘지 못하며 2인자로 남고 말았다.


김연아는 독보적인 실력 외에 한국과 일본의 특수한 관계까지 더해져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온 국민에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동계올림픽 시상대 최상단에 선 차준환과 김채연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연기 구성과 난도 등 객관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일본 내 최강자들을 넘어서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함께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펼쳤고, 일본 선수들이 스스로 무너지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첫 메달 획득한 차준환. ⓒ 뉴시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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