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위한 '단일대오' 강조에도
李 "검찰 내통" 발언 '후폭풍' 지속
'쓴소리' 김두관은 아예 패싱 논란
비명계, '진정성 의구심' 거듭 표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간 갈등을 빚던 비명(비이재명)계 유력 인사들과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공동 목표로 삼고 통합행보를 재개했지만, 진정성에 거듭 의구심이 제기된다. "검찰 내통" 발언에 대한 비명계의 사과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는데다, 자신에 정면으로 쓴소리를 가하는 김두관 전 의원은 아예 '패싱' 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최근 비명계 인사들과 윤 대통령의 조기 파면을 위한 '단일대오'에 뜻을 모았다. 헌법재판소가 소재한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비명계 인사들과 '시국간담회'를 열고 "흔들림 없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다만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의 배경이 "당내 일부 의원과 검찰이 짜고 친 탓"이라는 최근 주장을 둘러싼 비명계의 사과 요구에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앞서 비명계 일부 인사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시국간담회에서 이 대표와 만나 최근 "검찰 내통" 발언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이날도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엔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박용진 전 의원·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이 대표 발언의 파장은 당내 중진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3선 의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윤석열 탄핵백서를 만들자'는 일부의 제안에 "당에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화답한 반면, "검찰 내통" 발언 논란 지적엔 "통합을 위해 털고 가야하는 문제"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 사과할 의향은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모임 '초일회' 간사를 맡고 있는 양기대 전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이 대표의 통합 행보 재개와 관련, "이 대표가 통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비명계를 만나 사진 찍고 밥 먹는 게 아니라 개헌이나 당내 민주주의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좁히는 가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또 (이 대표가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과감히 사과하고 통합의 길로 가야한다"고 충고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의 "검찰 내통" 발언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에 연일 쓴소리를 가하는 김두관 전 의원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12일 열린 윤 대통령 조기 파면을 위한 시국간담회에 이 대표와 회동을 조율 중인 김 전 의원만 참석하지 못한 탓이다. 이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충남대학교 특강 일정으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으나, 김 전 의원은 이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율은커녕 (이 대표 측에서)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며 "이 대표가 정말 통합 의지가 있다면 우리의 세 가지 요구부터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회동 일정을 조율 중인 김 전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 △검찰 내통 발언 공식 사과 △비명횡사 공천 유감 표명 △개헌 입장 표명 등을 요구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회동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시국간담회에 김 전 의원에 대한 참석 요청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이 대표가 김 전 의원을 따로 만나려고 조율 중이기 때문에 그런 (간담회 참석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본인들의 내부 조율에 불과하다"며 "김 전 의원은 언제든 민주당과 함께 정권 교체를 위한 탄핵 세력 심판에 함께 할 것이나, 이 대표가 자신의 앞길에 비판의 목소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달 김경수 전 지사를 시작으로 박용진 전 의원, 김부겸 전 총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동연 지사와 각각 만났다. 지난 13일엔 이광재 전 사무총장을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당초 김 전 의원은 지난 12일 이 대표와 회동을 조율 중이었지만, 이 대표의 "검찰 내통"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 입장을 들은 뒤 만남을 결정하겠다며 회동을 잠정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