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25일 아베 신조 전 총리 살해범의 ‘모친 고액 헌금’으로 논란을 빚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해 해산 명령을 내렸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이날 종교법인법에 근거해 가정연합의 해산을 명령했다. 가정연합의 기부 권유에 대한 민법상 불법행위가 해산 요건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가정연합은 판결에 항고할 수 있다.
일본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해 현저하게 공공복지를 해칠 것으로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나 종교단체 목적에 현저한 일탈 행위가 있으면 법원이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앞서 2022년 7월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범인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동기를 밝힌 뒤 사회적인 논란이 일자 법원에 교단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신자들의 기부 권유에 대해 가정연합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민사판결이 32건이며 피해액이 204억엔(약 1990억원)에 달한다며 해산명령 요건을 충족한다고 문부성은 밝혔다.
이에 교단 측은 애초 해산 요건의 법령위반에 형사가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1년 3개월 간 이어진 심리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법원은 현 신자나 전 신자 등 5명을 불러 기부 경위와 실태 등을 청취했다.
일본에서 종교법인법 위반으로 해산명령을 받은 사례는 1995년 3월 도쿄 지하철역 사린 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와 2002년 각종 사기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명각사 2건 밖에 없다. 이 단체들은 모두 교단 간부가 형사 사건에 연루됨에 따라 해산된 사례다.
해산 명령이 확정되면 교단은 법인격을 상실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더라도 세제상 우대를 받을 수 없지만 임의 단체로서 종교 활동은 계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