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연고 거론 거리감 좁혀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때
100% 당선되는데 어려운 걸 하겠나
출처 떠나 작은 차이 넘어 함께 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이틀차 구미·대구·포항·울산을 차례로 방문해 집중 유세를 벌였다. 모두 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2022년 대선·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국민의힘 '집토끼(전통지지층)' 지역이라는 점에서, 공격적인 유세 행보로 분석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3일 오전 경북 구미역 앞 광장에서 시민들 앞에 섰다. 역을 오가는 시민과 100여 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지금은 이재명'이란 푸른 재킷을 입고 연단에 오른 뒤 진지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이 후보는 먼저 자신이 대구·경북과 연관이 깊은 점을 거론하며 "'재매이가(재명이가) 남이가'라고 얘기 좀 해달라"고 시민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대선을 3주 앞둔 상황에서 최초의 대구·경북 출신 민주당 대통령을 목표로 하는 만큼, 지역 연고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경북 안동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 마을에서 태어나 안동의 물과 풀, 쌀을 먹고 자랐는데, 왜 이 동네(경북)에서 지지를 못 받을까"라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재명이가 남이가'라고 얘기 좀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포항과 울산 유세에서도 "경북의 아들" "대구·경북 출신 민주당 대통령"이라고 거리감을 좁혔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국가 산업단지로 대표되는 수출 핵심 기지다. 이 후보는 "여기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출생한 곳이라면서요"라며 "젊은 시절에 그렇게 생각했다. 독재하고 군인 동원해서 사법기관 동원해서 사법살인하고 고문하고 장기집권하고 민주주의 말살하는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금도 그건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도 있는 것 아니냐"며 "만약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해 인권 탄압, 불법적이고 위헌적 장기집권 안 하고, 살림살이 잘하고 나라 부유하게 했으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것도 써보라. 이재명도 한 번 일 시켜보라. 어떻게 되나"라며 "정치적 선택 가능성이 없으면 정치인들은 국민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 당에서 공천받으려고 연구하고 당권만 잡으면 100% 당선되는데 동네 와서 어려운 걸 하겠느냐"고 물었다.
또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 좌측이든 우측이든 파랑이든 빨강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뭔 상관있느냐"라며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나. 필요하면 쓰는 거고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이면 버리는 것, 진영 이념 뭐가 중요한가. 국민 삶만큼 대한민국 운명만큼 중요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리를 옮긴 이 후보는 대구 동성로로 이동했다. 동성로는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한 '보수의 심장' 대구의 젊은 상징으로 분류된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논란이 된 자신의 과거 발언을 정면 반박하며 "내가 '대만에도 셰셰(謝謝·고맙다는 뜻의 중국어), 중국에도 셰셰'했다. 틀린 말이냐"라며 "일본 대사한테도 '셰셰' 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무니다'라고 했다. 잘못했느냐"라고 물었다. 그간 '친중(親中) 논란' 관련 발언을 자제했던 것과 달리 역으로 대응하며 정책 기조인 '실용주의'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한미동맹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랑 원수를 살 일 없지 않느냐"면서 "국익을 중심으로 한미동맹은 한미동맹대로, 한미일 협력은 한미일 협력대로, 러시아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물건도 팔아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또 "여기가 대구 맞니껴? 진짜 대구 맞아예?"라며 "여기 모인 분들을 보니, 옛날 대구 같지 않다. 대구가 디비진(뒤집힌) 것 같다. 용기를 내서 반드시 이기겠다"라고 다짐했다.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심장 포항에 방문한 이 후보는 "포항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산업화의 뿌리를 만든 포항제철이 있는 곳"이라며 "포항제철이 중국 등 대외 여건 때문에 힘들지만, 12월 3일 내란 사태를 이겨낸 것처럼 이 위기도 함께 이겨내자"고 했다.
또 포스코 신화를 이룬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역을 찾은 일화를 설명하며 "까만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들 얼룩 고양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왼쪽·오른쪽, 보수·진보, 영·호남 가리지 않겠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마지막 일정인 울산에서도 "출처를 왜 따지냐. 가리지 말고 있는 힘 다 모아서 작은 차이를 넘어 함께 가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TK 지역에서 10~20%대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단일화 과정을 바라본 보수층의 실망감이 큰 만큼 이번 대선에서 30% 이상 득표를 기대하고 있다. 포항에 거주한다고 밝힌 이재명 후보의 한 지지자는 이날 데일리안에 "다소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반드시 경북과 대한민국의 정치문화를 바꿔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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