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성장에서 한 자릿수로 감소
경기 불황에 소비 위축·출근 복장 자율화 등 영향
남성 정장 시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데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값비싼 남성 정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백화점 빅3사(롯데·신세계·현대) 내 남성 정장 매출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2년 23.7%였던 남성 정장 매출 증가율이 이듬해 8.3%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1%까지 떨어졌다. 올 1월1일부터 5월21일까지는 0.9% 증가에 그쳤다.
현대백화점도 2022년 14.9%에서 2024년 1.8%로 감소했다. 올 들어 이달 19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0.5%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관련 매출 신장률이 2022년 15%에서 2023년 5%로 하락했고 2024년과 올해(1월1일~5월19일)는 각각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백화점 남성 정장 매출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 것은 소비 부진의 영향이 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갑이 얇아지자 상대적으로 값비싼 정장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소비자심리지수는 93.8로 작년 12월 이후 5개월 연속 100을 하회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밑돌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 확대, 사내 복장 자율화 등이 활성화되면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캐주얼룩이 각광받고 있는 점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젊은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남성들도 격식보다는 캐주얼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남성 정장 브랜드들은 캐주얼 라인을 확장하며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의 25 봄여름(SS) 시즌 상품 비중은 공급액 기준으로 정장이 48%, 캐주얼이 52%에 달했다.
갤럭시의 프리미엄 매장인 ‘아뜰리에 디 갤럭시’에서도 캐주얼 상품 진열 비중이 80%로 월등히 높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프리미엄 캐주얼 상품으로 젊은 고객층을 끌어 모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남성복 매장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통 정장 브랜드들로만 가득했다면 현재는 컨템포러리 패션, 럭셔리 편집숍 등도 함께 유치하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남성 정장 주요 브랜드와 함께 셋업·컴포트 수트 비중을 확대하고 럭셔리 편집숍 분더샵을 필두로 변화하는 남성 고객 니즈에 대응할 방침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출근복이 달라진 영향도 있지만 경기 불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패션 부문에 대한 씀씀이를 줄인 점도 한 몫 한다”며 “대선 이후 정국이 안정화되면 소비 심리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