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최악 막으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27 08:08  수정 2025.05.27 08:08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TV토론회가 있는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역 인근에 부착된 대선 후보자 선거벽보 앞으로 시민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은 6월 3일 이지만 사전투표는 이번 주 목요일(29일)과 금요일(30일) 이틀에 걸쳐 실시된다. 이제 어느 후보를 찍을지 결정해야 할 때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후보를 선택할 때 자질·능력(30.7%/48%)과 공약·정책(22.1%/19%)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5.19. 넥스트리서치/5.20. 한국리서치). 민주당에서 핵심 선거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내란심판(15.8%, 넥스트리서치)이나, 국민의힘에서 김문수 후보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도덕성(18%, 한국리서치)은 각각 그다음 순위다.


유권자들이 무조건 정당을 보고 찍는 ‘묻지 마 투표’가 아니라 자질과 능력, 공약·정책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선택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을 비교해서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약(空約)이라는 말도 있듯이, 공약은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다 하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모순되거나 웃기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가 제2중앙경찰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 중인데, 민주당은 전북에서는 남원시에, 충남에서는 아산시에 유치하는 걸 지원하겠다고 해서 ‘양다리 공약’이라는 비판받고 있다.


또한 공약했더라도 당선된 후에는 안 지켜도 그만이다. 지난 선거를 돌아보면 흔히 그랬다.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이 시사하는 바 크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비교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유권자들은 주로 유세나 토론회 등에서 후보가 하는 말을 듣고 판단하게 마련인데, 말을 잘한다고 유능하거나 자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성도 없이 오직 표를 얻기 위해 하는 번드레한 말, 언행이 다른 말은 사기나 다름없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했던 그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현혹했던가. 선거판에서 쏟아내는 온갖 미사여구와 감언이설은 표심을 낚는 미끼 정도에 불과하다.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살아온 인생역정을 보면 앞으로의 행보를 대체로 예측할 수 있다. 자질과 능력 또한 말이 아니라 그가 이룬 업적과 공과(功過)로 판단해야 오류가 적다. 그러려면 귀를 막고 눈을 크게 떠야 한다.


현재의 선거 상황을 보면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다. 다행히 두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비교할 좋은 잣대가 있다.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경력이다. 도지사로 재직할 때 어떤 업적이 있었는지, 도지사직을 어떻게 수행했는지를 비교해 본다면 두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김 후보 측에서는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 유치·GTX 사업 등 도지사 시절의 업적과 청렴성, 미담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것이 김 후보를 잘 알지 못했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며 그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에 대한 관련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치적은 오히려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에 대표적인 행정 성과 사례로 ‘계곡 불법 시설물 정비사업’을 거론했다가 ‘커피 원가 120원’ 논란에 휩싸였고, 시흥시 거북섬에 ‘웨이브 파크’ 유치를 두고도 정당 간 공방이 거세다.


후보들이 공직자로서 이룬 성과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자신의 선거운동이나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 의하면 주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높다(5.15. 한국갤럽, 5.20. 한국리서치, 5.21. KOPRA). 일찍이 이런 비호감 선거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찍을 후보가 없어서, 혹은 내가 찍었다고 달라질 게 없어서 기권하겠다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지지율 변화 추이로 보면, 이번 대선도 접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내 한 표가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다. 흔쾌히 찍을 후보가 없어도 귀를 막고 눈을 크게 뜨고 차악의 후보라도 선택해 투표하자.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후보가 대통령 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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