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전쟁’ 수행할 K-유령함대의 미래모습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27 07:30  수정 2025.05.27 07:30

고스트 커맨더, 전투용 무인정 등

AI 기반의 유무인 해양 방위체계

28일 개막하는 MADEX에서

신개념 솔루션 대거 선보여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한화 통합관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시관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종말론의 역사는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다. 노아의 대홍수에서 묵시록, 노스트라다무스, 휴거, 소행성 충돌, 핵전쟁, 인공지능(AI) 반란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이 뛰어난 인간에게 아마겟돈 공포는 언제나 잘 팔리는 상품이다. 시대를 초월해 종교가 번성할 법하다.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의 여건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았던 과학자 스티븐 호킹도 생전에 한마디 거들었다. “종말론자의 예언이 종종 주가지수를 떨어뜨리곤 하는데 나로선 이해가 안 됩니다. 인류가 종말을 맞으려면 주식 대신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나요?”


종말론 가운데 가장 솔깃했던 주장은 18세기 말 경제학자 맬서스의 ‘인구론’이 아닐까 싶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학설 말이다. 세계가 어느 순간 인구폭발을 감당 못해 쫄쫄 굶어 죽거나 전쟁과 질병으로 도태된다는 예측인데, 그 때문에 경제학엔 ‘우울한 학문(dismal science)’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맬서스 인구론은 점쟁이식 종말론에 비해 제법 논리를 갖춘 듯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선진국에선 잘 안 맞는 점괘였다. 물론 맬서스가 해법으로 제시했던 ‘성적 금욕주의’를 따를 사람은 애초부터 없었다. 대신 기술혁신을 통한 식량 증대와 피임법 개발로 재앙을 피했다.


오늘날 먹고살 만한 나라들은 인구폭발보다 인구감소로 인한 종말을 걱정할 판이다. 합계출산율이 1에도 못 미치는 한국은 특히 그렇다. 한국이 지구상의 첫 번째 인구소멸국이 될 거라는 유명 인사의 악담도 이젠 별 뉴스거리가 못 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은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당장 심각한 분야는 바로 국방이다. 우리 군 상비병력은 50만명 선이 이미 깨졌고 2030년엔 30만명 수준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국가를 지킬 젊은이가 없으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있냐 없냐 따져본들 무슨 소용일까.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국방체계가 무인 기반으로 옮아가는 배경엔 이런 딱한 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 없는 전쟁’을 수행할 역량이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전투 자동화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유무인복합체계(MUM-T)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란 얘기다.


그 추세는 육해공에 모두 해당하지만, 해군에선 더 절박하다. 막대한 돈과 시간이 투입되는 군함은 설계단계부터 승조원 규모가 고정되는데 나중에 사람이 부족하면 답이 없다. 그래서 미래 해양 전력의 핵심 키워드는 ‘무인’과 ‘통합’이다.


국내 최강의 종합 방산그룹 한화가 중장기 과제로 연구해온 고스트 커맨더(Ghost Commander), 스마트 배틀십, 전투용 무인정 등 신개념 솔루션이 대표적 사례다.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기반의 첨단시스템을 통해 유무인 전투체계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작전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구상이다.


무인 전력 지휘통제 모함인 고스트 커맨더는 말 그대로 ‘유령함대사령관’이다. 해상, 수중, 공중의 유인-무인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해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다. 전투용 무인항공기(UAV)의 이착륙이 가능하고 무인수상정(USV), 무인잠수정(UUV)을 탑재, 운용한다.


무인정들은 감시·정찰을 넘어 전투 수행과 기뢰부설 등 고도화된 역량을 갖추고 머지않은 미래에 해양 방위 최일선을 맡게 된다. 가령 북방한계선(NLL)에 이상징후가 포착되면 유인고속정 참수리보다 USV가 먼저 포진하는 식의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 유무인 체계 간에 실시간 상황공유와 협업이 이뤄지고 필요시 인명 손실 없는 강습 작전을 실시할 수도 있다. AI 기반의 정교한 상황판단을 위한 ‘데이터 셋’ 구축도 연구과제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미래해전의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이 5월 28~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14개국 200여개 기업들이 참가하는 이 전시회는 신해양시대를 이끄는 세계 핵심 방산기술이 집결하는 자리다. 한화그룹은 K-방산의 국제위상을 높여온 한화오션, 한화시스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사 통합관을 운영하며 첨단 솔루션 라인업을 공개한다.


여기엔 자율운항, 통신-센서 융합 기술 등 해양무인체계 관련 기술과 함께 자체 개발 중인 8200톤급 미래형 구축함이 선보인다. 특히 세계 최고 성능의 디젤 잠수함으로 입증된 3600톤급 장보고-III 배치-II에 이어 베일에 싸인 미래형 잠수함 비밀을 엿볼 수도 있다. 국방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이 한국 해군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좋은 기회다.


인간이 미래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아는 것을 기반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종말론 같은 선동이 횡행해도 세상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오히려 공포와 자기 연민에 빠지는 국가와 민족이야말로 일찌감치 인류 역사에서 종언을 고했다는 사실도 안다.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우리가 만들어 갈 뿐이다. 그런 넓고 긴 안목을 갖고 ‘MADEX 2025’를 둘러본다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글/ 이동주 한화오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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