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수장 공백 속 대형사고 연달아 발생
초계기 추락 규명 합동조사위 구성 완료
엔진 계통 결함 등 다각도 분석 필요할듯
군 기강 우려도…내부선 이례적 상황 평가
최근 군에서 대형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군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관련 사고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 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부터 무인기와 수리온 헬기 충돌, 공군 경공격기 기관총 낙하, 그리고 해양초계기 추락 사고 등이 세 달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육·해·공군이 번갈아 가며 사고가 발생하자 군은 군 기강 확립과 대비 태세 강화에 나섰지만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잇따르고 있다.
추락 1분전까지 교신…'민관군 합동조사위' 출범
지난 29일 해군의 P-3CK 해상초계기가 포항 기지에서 이륙한 지 6분여 만에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등 승무원 4명이 모두 순직했다. 특히 이륙 후 6분, 관제탑과의 정상 교신 후 1분 만에 추락해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주목된다.
군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조종실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해 조종사 간 대화 내용을 분석 중이다.
사고기에는 일종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는 없다. 항공기 자세와 방향, 속도 등 비행 기록을 저장하는 장치다. 조종사들 대화 내용 등이 저장되는 음성녹음저장장치만 설치돼 있었다.
사고가 난 P-3CK 해상초계기는 추락 직전까지 관제탑과 정상적으로 교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기와 관제탑 간의 마지막 교신은 추락 사고 1분 전인 오후 1시 48분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군 당국은 사고기가 비행 중 갑자기 수직으로 추락한 점에 초점을 맞춰 엔진 계통이나 연료, 조종계통 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보고서 엔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군은 해당 기종에 대한 비행중단 조치를 내리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활동에 나섰다.
위원회는 해군안전단장이 위원장을 맡고, 해군 안전단·수사단·해양과학수사센터와 공군 항공안전단, 육군 항공사 등 군 당국, 해양경찰청, 항공기 정비업체 등 민관군 합동으로 구성됐다.
P-3 국내 도입 당시 기체 개조를 맡고 도입 이후 창정비를 실시해 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문가들도 조사위원회에 참여한다.
군은 향후 사고조사에 필요하면 관계 기관과 민간 항공전문가를 추가로 투입한다는 예정이다.
기체 결함에 무게…통제력 잃고 수직 추락
해군이 공개한 추락 해상초계기 P-3CK의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사고기는 활주로에서 정상적으로 이륙해 천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갑자기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추락했다.
또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에서 사고기는 우선회를 위해 기체를 오른쪽으로 숙이다가 어느 순간 우측 날개가 지면을 향할 만큼 완전히 몸통이 꺾기더니, 조종석이 바닥을 향한 채로 자유낙하를 하듯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졌다.
불과 10여 초 만에 이뤄졌으며 기체가 추진력을 잃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항공기 엔진 계통에 기계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고기는 당시 오후 1시 43분부터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을 반복하는 '터치 앤 고'(Touch and Go) 이착륙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이착륙을 총 3회 반복하는 것이 훈련 목표였다.
첫 번째 이착륙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두 번째 이착륙을 위해 이륙 후 우선회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시간은 오후 1시 49분이었다.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조종·엔진 개통을 봐야 한다"며 "케이블이 끊어지거나 오작동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체가 오래됐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케이블이 탄성을 일으키면서 끊어질 가능성도 있고, 뒤집으면서 추락한 것을 보면 모터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석 달 사이 초대형 사고 잇달아
문제는 최근 군에서 이같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3월 6일 KF-16 전투기 2대가 실사격 훈련 도중 조종사의 표적 좌표 입력 실수로 지대공 폭탄 MK-82를 강원도 포천 지역 민가에 떨어뜨려 민간인과 군인 수십 명이 다쳤다.
이른바 초유의 '민가 오폭' 사고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해당 사고로 민간인 40명과 군인 26명 등 모두 66명이 다치고 건물 203동, 차량 16대 등 219건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조종사들이 부주의로 폭격 좌표를 잘못 입력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과 공군참모총장 등이 나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계속해서 대형사고는 잇따랐다.
오폭 사고 후 11일 만인 3월 17일 육군 무인기 '헤론'이 착륙 도중 지상에 위치한 '수리온(KUHC-1)' 헬기와 충돌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헤론과 수리온이 모두 전소해 수백억원대의 물적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군 설명에 따르면 감가상각 등을 적용했을 때 헤론은 대당 약 30억원, 헬기는 약 200억원으로 추정된다.
육군은 헤론이 활주로를 향해 1차 착륙을 시도하던 중 돌풍이 불어 급상승한 뒤 2차 착륙을 하다가 또다시 돌풍과 측풍이 불면서 활주로를 벗어나 수리온과 충돌해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뒤인 4월 18일엔 훈련 중이던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기관총과 연료탱크 등 무장을 지상으로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관총 2정과 12.7㎜ 실탄 총 500발, 연료통 2개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산악 지역이어서 민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도 조종사가 히터 풍량을 조절하려다 버튼을 잘못 눌러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군 기강 해이 문제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북한과 마주한 최전방 부대에선 북한을 향해 실탄을 잘못 발사하는 오발 사고도 반복됐다.
지난달 23일 강원 철원 감시초소(GP)에서 K6 기관총 실탄 1발이 북측을 향해 발사되는 오발 사고가 발생했고, 전날에는 경기 양주 소재 모 GOP 부대에서 북측을 향해 K6 기관총 실탄 1발이 발사되기도 했다.
사고 직후 군이 북측을 향해 안내방송을 하면서 돌발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자칫 우발적 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군은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별도로 검토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안타깝다"며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해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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