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출범에 달러 약세까지 기대감 '솔솔'
"추세적 강세 안심 일러, 대외 변동성 유의"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원·달러 환율의 안정세 굳히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통상 출범 초기에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화가치가 절상되는데, 여기에 약달러 현상까지 겹치며 1350원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이러한 흐름이 추세적 원화 강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은 대내적 요인보다 대외 변수에 더 크게 반응하는데, 글로벌 관세전쟁과 관련한 변동성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6원 내린 1369.5원으로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말부터 높은 수준에 머무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부터 계엄 전 수준인 13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1390.7원이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에 대해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자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이에 약달러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에 대한 정책 기대감도 원화 강세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이날 곧바로 신정부가 출범했다.
통상적으로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 심리가 확산하면서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러한 '신정부 효과'로 원화 강세를 굳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정상화되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에 진전을 보일 수 있고,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민혁 국민은행 연구원은 "과거 대선 이후에도 원화값은 대선 직후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2000년 이후 5번의 대선에서 원·달러 환율은 평균적으로 대선 직후부터 18영업일 동안 1.44%하락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현재 환율 수준에 대입해보면 이번달 중하순까지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3분기 초반까지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달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중반대로 진입할 걸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많아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한다. 대내적 요인보다 미국 관세 정책을 둘러싼 국제 정세 등 대외 요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다음 달 9일까지 유예된 상태다. 현재 미국과의 실무급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협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도 변수로 남아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또다시 촉발하면 원화 역시 위험 회피 영향을 받아 환율 상방 압력이 커진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제네바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역시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려하고 있다. 우리는 공산당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불편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내수 회복이 원화 절상을 유도할 수 있다"면서도 "환율의 움직임은 한국 경제보다 무역분쟁과 미 달러 향방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달러의 약세 추세는 이어지겠지만 미중 무역긴장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변화 등은 환시 변동성을 높일 수 있어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신정부 출범 초기 시장의 기대감으로 원화가 일시적인 강세를 보일 수는 있지만,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커 추세적인 강세 전환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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