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 수익으로 지원금 산정하는 ‘감척’
어업 활동 포기한 어민 사실상 열외
감척 사업 참여자 절반 이상 ‘불만’
해수부 “어민 요구 수용, 법 개정 중”
정부가 어족자원 보호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어선 감척 사업에 대한 어업인 불만이 여전하다. 감척 후 다른 어선을 구매해 다시 어업 활동을 하는 문제부터 감척(폐업) 지원금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볼멘소리가 잇따른다.
특히 감척 지원금 선정 기준에 관해 불만이 높다. 이 같은 불만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30년 넘게 감척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실제 줄어든 어선 수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 기준 어선 감척비 산정 기준은 감척 대상 어선과 어구 잔존 가치 평가액에 폐업 지원금을 포함한다.
대상은 공고일 기준 어업허가를 보유한 어업자로서 감척하려는 어선(어업허가)을 최근 3년간 본인 명의로 소유하거나, 선령이 35년 이상인 어선을 1년 이상 본인 명의로 소유한 경우다.
조업 실적도 필요하다. 최근 1년간 60일 이상 실적이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60일 이상 조업 실적이 없는 어선도 가능하나, 이는 예외적 조항이다. 조업 실적이 좋은 어선일수록 폐업 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3년간 조업 실적(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이 폐업 지원금이 된다.
어민들은 조업 실적을 기준으로 하는 건 문제라고 주장한다. 현재 조업 실적이 없거나 연간 60일 미만이면 폐업 지원금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선과 어구 잔존 가치 평가액만 받을 수 있다. 뱃값과 그물 등 장비 가격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어민들은 조업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배를 팔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물고기를 잘 잡는 배, 즉 돈 잘 버는 배를 왜 팔겠냐는 것이다. 반대로 조업 실적이 저조해 어업을 포기한 경우는 배를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이 2022년 실시한 어선 감척 어업인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어업인의 64%가 감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실제 감척에 참여한 연안어선 어업인의 51%, 근해어선 어업인의 57%가 폐업 지원금에 만족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 지역 한 어민은 “돈을 잘 버는 배를 팔라고 하면 누가 팔겠나. 정작 배를 줄여야 하는 사람은 일이 안 돼 사실상 배를 방치해 놓은 사람 아니겠나”고 말했다.
어민들은 조업 실적이 아닌 어선 규모(t)에 따른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행 폐업 지원금 산정 기준과 함께 업종별, 규모별 지원금 기준가격을 마련하는 형태다. 현행 폐업 지원금이 기준가격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어업인들이 폐업 지원금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감척 대상 선정 이후 감정평가액에 대한 불만을 줄일 수 있다. 감척 사업 참여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해수부는 어민들과 의견이 달랐다. 우선 조업 실적이 저조한 배를 줄이는 것은 감척 사업 본연의 목적과 맞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감척 사업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조업 활동을 줄이는 게 본래 목적인 만큼 어획량이 많은 배를 감척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실적이 좋은 배를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어획량을 기준으로 폐업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최근에는 어민 요구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폐업 상태에 있는 어민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어획량만을 기준으로 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어획량 기준 외에도 어선 규모에 따른 지원금 산정 기준을 마련해 조업하지 않는 배도 감척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업종에 따라 톤별로 단가를 정하기도 했는데, 당시 어민분들은 톤당 단가가 현실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참여를 안 하셨다”면서 “오징어배처럼 실제 어획량이 전혀 없는 어민들은 감정평가(수익)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결정)해버리면 지원금이 제로(0)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어족자원에 비해 어선이 많으니 그걸 줄이자는 거였는데, 요즘은 경제적으로 힘든 어민들이 빚이라도 일부 갚으면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현재 개정안이 국회 제출돼 있는데 국회가 정상화하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속가능어업’ 선진국 “자발적 참여 있어야 규제도 효과”[씨 마른 어족자원⑧]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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